넥센은 올 시즌 돌풍의 주역이었다. 6월 잇단 악재 속에서 8연패에 빠지며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후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순위에 신경쓰지 않고, 우리만 열심히 하면 된다"며 "남은 시즌 동안 나빠질 부분보다 좋아질 것들만 남았다"고 내다봤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초 "나이트와 밴헤켄이 나가는 날은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각각 15승 이상씩은 해줘야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둘은 예상밖 부진을 겪었다. 나이트와 밴헤켄이 선발로 나서 이기는 경기 만큼 지는 경기도 많았다. 지난해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을 올렸던 나이트는 올 시즌 6승(6패) 평균자책점 4.11에 그치고 있고, 밴헤켄도 7승(6패) 평균자책점 4.30에 머물고 있다. 6월 이후 둘이 합작한 승수는 단 3승에 불과하다.
염 감독은 "공이 너무 높게 들어온다. 둘의 장점은 떨어지는 볼이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이 높게 들어가면 효과가 없다"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믿었던 원투펀치의 부진에도 넥센은 여전히 4강 싸움 중이다. 불안 요소였던 토종선발들이 제법 꾸준한 성적을 내주고 있다. 김병현과 강윤구는 한 차례 2군을 다녀오면서 시즌 초의 좋았던 모습을 되찾았다. 염 감독은 "나이트와 밴헤켄이 안 좋은 와중에도 이 정도로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외국인 투수들이 더 좋아진다면 팀은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큰 무리없이 시즌을 치러왔다는 것 역시 희망적인 부분이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팀의 희망은 '힘'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력을 쏟아 붓고 올라오지 않았다"며 "선발이나 중간 투수들, 야수들도 무리하지 않았다. 한 선수에 치중된 부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체력 안배는 염경엽 감독이 올 시즌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다. 염 감독은 "선체력, 후기술이다"며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말했다.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원정 이동일 다음날 경기를 앞두고는 자율 훈련을 실시하는 등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중간 계투진의 경우 투구수 관리를 철저하게 지켜주려고 한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는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넥센은 김민우-신현철의 음주 사고와 오심 논란 등을 겪으며 어려움에 빠졌다. 염 감독이 "최악의 6월을 보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며 또다른 힘이 생겼다. 염 감독은 "고비를 심하게 겪어봤기 때문에 재생력이 생겼다. 또다른 고비가 온다고 해도 이제는 팀이 그것을 벗어나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 한 달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나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 시간들이 남은 시즌과 내년 시즌을 꾸려가는 데도 여러 가르침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