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이수를 연기하지만 연준석과 김남길은 상반된 매력을 지녔다. 김남길이 차갑고 강한 이미지라면 연준석은 부드럽고 순수하다. 한이수의 고교시절 모습을 연기한 연준석과 성인이 돼 돌아온 김남길이 180도 달라 복수를 꿈꾸며 지나온 12년 세월의 아픔이 더욱 인물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연준석의 풋풋한 모습은 누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경수진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맞춘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아역에서 시작한 연준석은 벌써 8년차 연기자. 영화 '형사'(05)로 데뷔한 뒤 드라마 '찬란한 유산'(09)에서 한효주의 자폐아 남동생, '힘내요 미스터김'(12) 속 탈북자 청년, '모퉁이'(12)에서는 왕따 학생을 보여주는 등 쉽지않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자 배우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연준석이다.
-늘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이수가 제일 어려웠다. 자폐성 장애인이나 탈북자 청년 같은 캐릭터는 특징이 뚜렷해서 오히려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수는 감정선의 변화가 잘 보여야하는 인물이라 표현하기 어렵더라. "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나.
"책을 소리내서 읽으며 발음·발성 연습을 한다. 대사의 억양이나 느낌 등을 다르게 해보고 표정은 그때 그때 거울을 보면서 체크한다. 선배들이 가장 많이 해주신 조언은 '연습 연기와 현장 연기는 다르다. 너무 많이 연습하면 화면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온다'는 거다. 적정선을 찾으려하는데 쉽지않다.(웃음)"
-김남길의 작품은 챙겨봤나.
"전작 '나쁜남자'(10)를 꼼꼼히 봤다. 김남길 선배 특유의 눈빛 연기가 기억에 계속 남더라. 나도 어두면서도 잔잔한 눈빛을 내고 싶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나름 노력은 했는데 만족스럽진 못하다.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드는 배우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실제로 본 김남길·손예진은.
"부딪히는 신이 별로 없어서 많은 얘긴 못 나눴다. 김남길 선배는 차가울 거라 짐작했는데 다정한 분이었다.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정말 유쾌하더라. 손예진 선배는 정말 예쁘다. 연기할 때 몰입도도 뛰어나고. 훌륭한 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연기했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
-경수진과의 커플 연기는 어땠나.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데다 로맨틱한 연기도 처음이었다. 촬영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누나가 많은 도움을 줬다. 8살 많은 누나라 그런지 편하게 느껴졌다. 누나는 상대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더라. 덕분에 이수에게 완전히 몰입돼 설렘을 느꼈다."
-이마 키스신은 정말 달달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여자에게 뽀뽀한 거다. 대본에 적힌 '이마 키스'란 단어가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쑥스럽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냥 편하게 하자'는 마음을 먹고 찍었는데 다행히 풋풋한 감정을 보여주는 신이라 어색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연애 경험이 정말 없나.
"모태솔로다.(웃음) 연애가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걸 위해 아무나 만나고 싶진 않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겪지 않을까."
-왜 배우의 길을 선택했나.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명해져서 TV에 나오는 게 마냥 좋았다. 자꾸 현장에서 연기를 하다보니 촬영장이 좋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할수록 어려움을 많이 느끼지만 그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말하는 것만 보면 20대 중후반 같다.
"스스로 부족한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여러 번 생각하고 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한번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한다. 문자메시지 하나 쓰는데 남들 몇 배로 시간이 걸린다."
-학업도 병행해야 하는데.
"학교에선 평범한 고교 3학년 학생일 뿐이다. 수능시험과 대입을 앞두고 있어 요즘 많은 고민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