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 앉아 야구를 보던 때도 있었다. “1군에서 한 타석만 서 봤으면”이라는 소망을 품었다. 이젠 “꾸준히 출전해 팀에 도움이 되는 안타를 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다.
넥센 안태영(28·넥센)이 야구 인생 2막을 열었다. 그의 1군 무대 첫홈런에 ‘스승’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독립구단 고양 출신의 안태영은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좌중월 2루타를 쳤고, 3-1로 앞선 7회에는 중전안타를 때렸다. 김지수의 희생번트 때 나온 삼성 포수 이지영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도달한 그는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됐다.
넥센 동료들은 안태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 줬으면 좋겠다”는 염경엽(45) 넥센 감독의 바람대로 안태영의 등장은 팀에 힘을 실었다. 넥센은 김민성의 결승 솔로포와 선발 나이트의 8이닝 9피안타 2실점 호투로 3연패에서 탈출했다.
안태영은 생애 처음으로 1군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프로 1군무대 두 경기에서 7타수 6안타(1홈런) 1볼넷. 안태영은 1군 데뷔전이던 지난 27일 대구 경기에서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4타수 4안타 1홈런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3회 첫 타석에서 2루수 앞 내야안타를 쳤다. 전력 질주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에서 절실함이 엿보였다.
안태영은 “근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5회 빗맞은 행운의 내야안타를 친 그는 7회 밴덴헐크로부터 1군 첫 홈런을 기록했다. 1-1 상황에서 터진 역전포였다. 안태영은 “앞선 두 타석에서 배트가 조금 늦었다. 그래서 타이밍을 앞으로 가져갔는데 홈런이 됐다”고 떠올렸다. 연장 10회에는 그토록 상대하고 싶었던 삼성 마무리 오승환과 만났다. 안태영은 “오승환 선배의 공을 정말 쳐 보고 싶었다. 10회 2사 후 (앞 타자) 김민성 이 타석에 들어설 때 ‘꼭 살아 나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안태영은 오승환에게 우전안타를 뽑았다.
안태영은 2004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차 7라운드 전체 52번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왼손잡이였지만 공은 오른손으로 던졌던 투수. 어깨 부상이 오면서 2005년 타자로 전향했지만 그해 말 방출통보를 받았다. 이후 헬스 트레이너와 사회인야구 심판·코치로 일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동안 야구를 그리워만 했다.
2011년 12월 고양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8월 24일 넥센과 신고선수로 계약했다. 올 시즌 퓨처스(2군)남부리그 홈런 1위(12개)의 훈장을 달고 지난 27일 1군에 등록됐다. 안태영의 꿈은 점점 커진다. 그는 “야구를 하지 못할 때 관중석에서 야구를 봤다. 고양에 입단한 뒤에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넥센 2군에서 같은 방을 썼던 신고선수 출신 문우람(21)은 6월에 1군으 로 올라 왔다. 안태영과 문우람이 썼던 강진의 숙소 ‘홈런동 103호’는 ‘신고선수 신화’의 산실이 됐다.
안태영이 “인생의 은인”으로 꼽는 김성근(71) 고양 감독도 감격에 젖었다. 김 감독은 27일과 28일 TV를 통해 안태영의 경기를 봤다. 안태영이 홈런을 칠 때는 눈물까지 흘렸다. 김 감독은 “내가 왜 야구를 계속 해야 하는지, 안태영이 알려 줬다. 눈물이 나왔다. 절실한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했던 선수다. 기술이 많이 늘었더라. 좋은 선수로 키워준 넥센 코칭스태프에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