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원정길 풍경이 변하고 있다. 짐을 한가득 버스에 싣고 장시간 이동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좁고 대기 시간이 긴 비행기는 인기가 없다. 편리한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는 팀이 늘어나는 추세다.
FC 서울은 부산·포항·울산·경남·광주 원정 길에는 늘 KTX를 탄다. 2011년부터 비행기와 버스 이용을 서서히 줄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KTX는 장점이 많다. 일단 빠르다. 1등석으로 가면 몸도 편하다. 선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단은 경기도 구리시 훈련장에 모여 구단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그 사이 선수단 짐을 챙긴 또 다른 버스는 원정 지역으로 출발한다. 선수들은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 가볍게 KTX를 탈 수 있다.
KTX를 타면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구리시 훈련장에서 부산까지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포공항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타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짧은 시간이지만 자리가 불편한 비행기나 버스보다 넉넉한 KTX 1등석이 더 낫다는 게 선수들의 의견이다. 특히 덩치가 큰 골키퍼들은 비행기를 불편해 한다. 서울 관계자는 "비행기는 대기 시간이 길다. 공항과 시내 거리도 멀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일부 선수들도 비행기 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더라"고 했다.
KTX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이 한 칸에 모두 모여서 이동하기 때문에 소풍 가는 기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아 장시간 앉아있기 힘든 선수들에게도 KTX는 부담이 없다. 10%의 단체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운영비도 아낄 수 있다.
원정 지역에 도착하면 미리 온 버스가 역 앞에 대기한다. 선수들은 이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 된다. 서울은 최근 홈경기 전날 합숙 제도를 없앴다. 호텔에서 보내는 무의미한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다. 버스와 비행기 대신 편리하고 빠른 KTX를 이용하는 것도 비슷한 의도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팀들도 KTX 탑승 횟수를 늘리고 있다.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도 수도권 경기가 있으면 상황에 따라 KTX를 타고 올라온다. 수도권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성남 일화도 종종 KTX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