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씀씀이로 화제를 모아 온 러시아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가 공중분해 직전이다. 성적 부진과 내분 등 골치 아픈 문제가 잇따르자 구단주가 투자 의욕을 잃었다. 갑부 구단주의 사비로 운영되는 안지로선 거대한 위기다.
사무엘 에투(32)에게 축구 선수 중 최고 연봉인 2000만 유로(약 297억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안지는 러시아 재벌 술레이만 케리모프의 전폭적 투자로 성장한 신흥 부자 구단이다. 변방 다게스타 공화국을 연고지로 둔 안지는 원래 소규모 구단이었으나, 최근 에투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을 수집했고, 거스 히딩크(69)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엿다. 그 결과 2012-13시즌 자국리그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3-14시즌 들어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발단은 히딩크 감독의 사임이었다. 후임 감독으로 승격된 르네 뮬레스틴(49) 수석코치는 지휘봉을 단 16일 잡고 경질됐다. 2무2패의 부진한 성적이 경질 사유였다. 후임으로는 가지 가지예프(67) 감독이 선임됐다.
위기가 폭발한 계기는 러시아 최고의 스타 미드필더지만 그만큼 사고뭉치인 이고르 데니소프(29)의 영입이었다. 데니소프 영입 전부터 러시아파와 비(非)러시아파 사이의 불화설이 흘러나오던 참이었다. 데니소프는 안지 선수단에 합류하자마자 에투 및 라사나 디아라(28) 등 해외파 스타들과 다투며 내분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소프는 앞선 소속팀 제니트에서도 "헐크(27)와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했고, 결국 안지로 방출당한 바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안지에 환멸을 느낀 케리모프 구단주는 최근 자금 지원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2억 유로(약 2970억원) 가량을 쏟아부은 케리모프 구단주 없이 안지의 방만한 선수단은 운영될 수 없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우르르 이적설에 이름을 올렸다. 데니소프와 유리 지르코프(30)는 디나모 모스크바행이 유력하다. 디아라, 라시나 트라오레(23), 오딜 아흐메도프(26), 블라디미르 가불로프(30), 크리스토퍼 삼바(29), 윌리안(24)도 이탈 가능성이 높다.
간판 스타 에투 역시 첼시와 인터 밀란 등 명문 구단과 연결되고 있다. 에투가 어느 정도 연봉 삭감을 감수한다면 다시 한 번 빅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가 부진과 불화 끝에 공중분해된 것처럼 안지의 스타군단도 흩어지기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