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투수진이 '아홉수'에 걸렸다. 부진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왼손 선발 장원삼(30)은 생애 첫 홀수 해 두자릿수 승리를 향한 두 차례 도전을 실패했다. 우완 최초 개인통산 100홀드를 앞둔 안지만(30)은 12일째 홀드 추가를 하지 못했다. 마무리 오승환(31)도 8월3일 잠실 LG전 이후 12일째 19세이브에 머물고 있다.
장원삼은 7월30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따냈다. '홀수 해' 중 가장 빠른 승수 쌓기. 장원삼은 짝수 해에는 늘 10승을 넘겼다. 신인이던 2006년 12승을 거뒀고, 2008년에도 12승을 챙겼다. 2010년 13승을 거두더니 지난해에는 17승으로 생애 첫 타이틀(다승왕)을 획득했다.
하지만 짝수 해에는 단 한 번도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2007년 9승이 홀수 해 최다승. 2009년에는 4승으로 무너졌고, 2011년에도 8승에 그쳤다. 올해는 전반기에만 8승을 올렸다. 장원삼은 "10승을 채워서 홀수 해 징크스를 털어내고 싶다"고 했다.
아홉수. 장원삼은 8월4일 잠실 LG전에서 5⅔이닝 7피안타 6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3일 대구에서 LG와 다시 만나 2⅔이닝 8피안타 9실점(8자책)으로 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 삼성을 추격하는 LG와의 맞대결에서 무너져 팀에 꽤 깊은 상처가 남았다.
안지만은 8월3일 잠실 LG전에서 2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오승환이 마운드를 이어받아 1⅓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삼성의 필승 방정식. 하지만 이후 둘이 함께 등판하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팀이 지거나,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경기가 이어졌다.
15일 마산 NC전에서 삼성은 안지만·오승환의 투입을 기대했다. 2-2로 맞선 7회말 1사 3루에서 안지만이 등판했다. 홀드 상황은 아니었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안지만이 이닝을 채우는 사이, 팀 타선이 점수를 내고 오승환이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안지만 모창민·나성범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7회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8회 2사 1·3루에서 노진혁에게 우중월 2루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2-4 패배. 안지만은 1⅔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11일 광주 KIA전에서도 1⅔이닝 1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안지만의 개인통산 홀드는 아직 99개. 하나만 더 추가하면 류택현(LG) 정우람(SK) 권혁(삼성) 이상열(LG)에 이어 5번째로 100홀드를 달성한다. 앞선 네 명은 모두 좌완. 안지만은 우완 최초로 '베테랑 구원투수'의 훈장, 100홀드를 기록한다.
안지만이 홀드를 기록하는 날, 오승환도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오승환은 8월3일 LG전 이후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했다. 14일 대구 LG전에서는 9-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등판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경쟁자들도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하지만 등판 기회가 없다. 접전 끝에 패하는 날, 삼성은 오승환의 등판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