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 돌풍의 또다른 주역은 우규민(28)이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나서면서 로테이션을 빼먹지 않고 든든하게 제몫을 다하고 있다. 9승4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성적도 좋다. 올 시즌 106이닝을 던져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이닝도 소화 중이다. 이전까지 최고였던 지난해 92⅔이닝을 넘어섰다. 개막 전까지 물음표가 붙었던 LG 토종선발진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내고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아홉수"다. 올 시즌 9승을 거둔 이후 연거푸 10승 도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규민은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아홉수 이야기가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의식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아홉수에 걸리기 전까지' 우규민은 승승장구했다. 3월31일 문학 SK전 첫 등판에서부터 승리를 따냈고, 4월14일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는 등 호투를 거듭했다. 5월18일 KIA전에서 7이닝 3피안타로 호투하고도 3패째를 떠안은 이후로는 두 달 넘게 패도 없었다. 6월 등판한 4경기에서는 모두 승리를 따내며 '승리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지난 2일 삼성전에서 시즌 9승째를 올린 후 2경기째 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8일 롯데전에서 5⅓이닝 3실점으로 4패째를 기록했고, 15일 한화전에서는 4⅓이닝 4실점(2자책)만 기록한 채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10승'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가 주춤하자 자연스레 '아홉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규민은 "아홉수가 아니라 그동안 잘 풀렸던 거다. 이제 한 번쯤은 질 때도 되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한 박자'를 쉬어가는 타이밍일뿐이기 때문에 크게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10승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마무리 투수로 뛰며 30세이브를 올렸다. 선발로 나선 올 시즌 10승을 거두면 30세이브와 선발 10승 이상을 모두 기록한 역대 10번째 투수가 된다. 그는 이에 대해 "그래요?"라며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안 된다. 이런 걸 자꾸 의식하면 더 안 좋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사실 9승만 해도 어디인가. 1군에서 한 시즌에 100이닝 이상을 던져본 게 올해가 처음이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욕심을 내며 무리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정)현욱이 형이 '신경쓰지 마라. 12승도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며 웃은 뒤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