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25)은 올 시즌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는 10일까지 416타수에서 146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51을 기록, 타격과 최다 안타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적인 타격과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앞세워 상대 마운드를 두들기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손아섭도 쩔쩔매는 투수가 있다. NC 외국인 듀오 찰리 쉬렉(28)과 에릭 해커(30)다.
손아섭은 11일 마산 롯데전을 앞두고 "이상하게 NC 외국인 선수들을 만나면 힘을 못쓴다"며 "어제까지 찰리에게 10타수 무안타, 에릭에게는 1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5타수에서 고작 1안타 뿐이다. 타율을 얼마나 많이 까먹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속 안맞다보니 이제는 징크스가 될 지경이다. 한 번은 시원하게 두들기고 싶다"며 고개를 절래절레 흔들었다.
손아섭은 10일 NC전에서 찰리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지만, 3회 삼진을 당했고 5회에는 3루수 앞 땅볼에 그쳤다. 손아섭이 침묵한 롯데는 이날 2-3으로 패하며 3연패를 당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손아섭이 찰리의 공을 때려내지 못하더라. 손아섭이 공격을 해주지 못하면 롯데는 어렵다고 본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두 외국인 선수에게 약한 이유로 성향 차이를 꼽았다. 그는 "찰리는 150㎞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질 줄 안다. 그러나 나에게는 계속 변화구만 던지더라. 승부를 하지 않는다"며 "한 번쯤은 직구가 올 타이밍이라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체인지업이 '쑥' 떨어지더라. 계속 그렇게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볼배합을 읽었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다. 오늘(11일) 에릭을 상대로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손아섭의 말을 전해들은 김시진(55) 롯데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누가 그 녀석에게 직구를 던지겠는가." 김 감독의 말에 더그아웃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이날 에릭은 직구를 던졌고, 손아섭은 기어코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는 6회초 에릭의 6구째 146㎞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후속타자 박종윤의 홈런 때 홈을 밟아 귀중한 선취점을 올렸다. 집념이 만들어낸 안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