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28·수원)이 신들린 듯한 슈퍼 세이브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막아냈다.
정성룡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13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에서 수원 삼성 패배를 막았다. 수원은 전북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수원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승점 46(13승7무9패)을 기록, 5위를 유지했다. 전북(15승8무7패·승점53)은 선두 포항 스틸러스(15승9무6패·승점54)를 끌어내리고 선두에 등극할 기회를 놓쳤다.
경기는 전북이 지배했다. 전북은 '닥공'을 앞세워 16개의 슈팅을 날렸다. 전반에만 7개 슈팅이 나왔다. 반면 수원은 좀처럼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전반 슈팅 0개에 그쳤다. 수원은 후반 3달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공격수 정대세(29)까지 투입했지만 전북의 무차별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대신 수원에는 든든한 수문장 정성룡이 있었다. 정성룡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슈팅을 전부 차단했다. 특히 전반 막판 전북 외국인 공격수 레오나르도(27)의 거침없는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레오나르도는 전반 38분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정성룡이 골을 막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다행히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2분 후 레오나르도는 골문 바로 앞까지 침투해 슛을 하려고 했지만 정성룡이 미끄러지면서 잘 막아냈다.
후반에도 제일 바쁜 건 정성룡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비도 그치면서 정성룡의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전북은 후반에 박희도(27), 김신영(30)까지 투입해 수원 골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정성룡은 절대 열어주지 않았다. 후반 42분 정혁(27)의 오버헤드킥도 옆으로 쓰러지면서 잡아냈다.
정성룡은 부동의 대표팀 골키퍼로 꼽혔다가 최근 김승규(23·울산) 등이 치고나서면서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렸다. 정성룡은 올 시즌 25경기에서 29실점을 하는 등 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 6월 26일 전북전에서는 4골이나 내주며 국가대표 골키퍼 자존심을 구겼다. 정성룡은 지난 10일 열린 A매치 크로아티아전에서 2골을 허용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개적으로 "누가 가장 좋은 경기력과 기량을 가진 골키퍼인지에 대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정성룡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고, 전북전에서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정성룡은 종료 막판 전북의 공격에서 김신영과 부딪혀 잠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심판이 중재해 일단락됐지만, 순둥이로 알려진 정성룡이 골 하나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정원(43) 수원 감독은 "전북의 공격이 대단했지만, 정성룡을 비롯해 선수들이 잘 막아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