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3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행사인만큼 영화관계자들과 관객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영화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만큼 히트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부산에 모여 여느 때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 예정이다. 해외스타와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들의 방문도 이어진다. 세계 각국의 초청작들도 영화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일간스포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더 알차게 즐길수 있는 팁을 준비했다.
▶백미는 역시 초청작 감상
뭐니뭐니해도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는 초청작 감상이다. 평소 극장가에서 볼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우수작들을 한 자리에서 찾아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에는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 등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들과 아시아 및 3세계 우수작들을 두루 상영한다. 골수 영화팬이나 영화학도 뿐 아니라 문화적 지식을 쌓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찬스가 될수 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작품'만 있는건 아니냐고 생각해선 안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대중성을 지닌 상업영화까지 두루 섭렵하며 관객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 단, 티켓예매는 서둘러야한다. 주말 인기작의 경우 이미 매진된 경우가 많지만 현장 발매용 티켓과 반환된 표를 극장 매표소에서 구하는 방법도 있다. 센텀시티 내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 7개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할수 있다.
올해는 총 70개국 301편의 장·단편 영화가 초청됐다. 그중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도 94편에 달한다. 이미 개막작인 부탄영화 '바라'는 티켓예매 오픈 43초만에, 폐막작 '만찬'은 3분 55초만에 매진됐다. 올해 특별행사로 임권택 감독 회고전과 고 박찰수 감독 추모전도 준비됐다. 거장의 신작 및 주요 이슈를 몰고 다니는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갈라프레젠테이션에는 강동원·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김지운 감독의 단편 '더 엑스'를 비롯해 이스라엘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아나 아라이바' 등을 볼수 있다. 중앙아시아 특별전 역시 주목해야하는 섹션. 11년전 '중앙아시아 뉴웨이브'라는 이름으로 호응을 얻었던 특별전을 다시 기획했다. 초청된 8편의 작품 모두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야외무대·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챙겨라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사업상 미팅 및 홍보, 그리고 친목도모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런만큼 화제작이 많을 경우 더 많은 이들이 부산에 모여든다. 연일 한국영화 관객 유입률이 높아지며 히트작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만큼 올해는 유독 많은 충무로 스타들이 부산에 모습을 보인다.
개막식 다음날인 4일부터 8일까지 해운대 비프빌리지와 남포동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오픈토크'와 무대인사만 챙겨도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볼수 있다. 4일 오후 2시 30분에는 '롤러코스터'로 감독데뷔하는 하정우와 정경호 등 주연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한다. 같은 시간 남포동 야외무대에서는 빅뱅의 탑, 한예리·조성하 등 '동창생'의 배우들이 관객 앞에 나선다. 이어 3시 15분 해운대에서는 '배우는 배우다'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이준이 관객과 만남을 가진다.
5일 오후 1시 해운대에서는 '톱스타'의 연출자 박중훈과 엄태웅 등 주연배우들이 오픈토크 시간을 가진다. 이날 오후 2시 45분에도 '롤러코스터' 팀의 오픈토크가 열린다. 같은날 오후 5시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김지운·류승완 감독의 '액션썰전'도 관객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6일 오후 4시 해운대에서는 설경구·정우성·한효주 등 '감시자들'의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한다. 이 팀들의 무대인사는 한번에 그치지않고 영화제 기간동안 각기 다른 장소에서 수차례 이어진다. 그외 세계 유명감독들과 스타들의 야외무대 인사 및 극장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준비돼있으니 미리 일정을 살펴보고 만나고싶은 영화인의 스케줄을 챙기는게 좋겠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밤시간, 포장마차촌을 공략하라
밤이 깊어지면 영화제를 찾은 유명 영화인들과 스타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볼수 있다. 과거에는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 횟집 골목에 주로 진을 치고 있었지만 이 곳 가게들이 정리되면서부터는 스타들도 대부분 그랜드호텔 뒷편의 술집 및 식당으로 이동했다. 거의 매일 저녁 이 부근에서 행사가 예정돼있으니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스타들을 만나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개막 당일부터 첫 주말이 특히 '피크타임'이다.
자정이 지나면 그랜드호텔 맞은편 거리 안쪽에 자리잡은 포장마차촌을 주목해야한다. 아직 주고받을 이야기들이 남은 스타들이 이 곳으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가기 때문. 심플한 옷차림에 메이크업도 하지않은 스타들이 해산물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인간적인 모습을 바로 이 자리에서 확인할수 있다. 혹시라도 운이 좋다면 좁은 포장마차 안에서 스타의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찬스를 얻을수도 있다. 단, 예약 등으로 인해 아예 포장마차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대비하자.
때로 초저녁부터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특정시간에 스타들의 방문이 예약된 포장마차의 매정한 주인이 "그만 마시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싸워봤자 답이 없으니 주력 메뉴를 하나 더 주문해 주인의 환심을 얻는게 좋다. 또 하나, 술자리에서 스타들을 만났다고 해도 지나친 팬심으로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는건 매너에 어긋나는 일이니 조심하자.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 SBS ‘한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