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다. 가을 야구에서도 '경험'은 보이지 않는 전력이 된다.
올 시즌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은 경험 부족이라는 큰 약점을 안고 있다. 1~2점 차에 승부가 갈리는 경기인 만큼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긴장감은 배가 된다. 이때 경험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지난 5일 대전 넥센-한화전을 떠올려보자. 넥센에는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센이 자랑하던 타선이 이날 단 1안타로 막히며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단기전에서는 매 경기에서 이겨야하는 부담감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큰 경기 경험이 적은 넥센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넥센과 달리 두산이 키운 경험 나무의 가지는 풍성하다. 두산은 2007년 이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안다'는 것은 변수가 많은 단기전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다 하더라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력 면에서도 두산이 뒤질 게 없다. 두산은 올 시즌 공격 각 부문에서 고르게 강세를 드러냈다. 1~9번 타순에 배치된 선수들 모두 치고 달리기에 능할 뿐 아니라 누가 그라운드에 나서더라도 주전급 기량을 선보이는 두터운 야수진은 9개 구단을 통틀어 최강이라 할 만하다. 실책이 적다는 점도 두산의 힘이다. 올 시즌 두산의 팀 실책은 61개로 가장 적다. 넥센은 97개로 최다 실책 2위다. 단기전에서 실책 하나는 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넥센 박병호처럼 확실한 홈런타자는 없지만, 두산에는 민병헌과 김현수, 이종욱, 홍성흔, 오재일 등 중장거리포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감독 첫 해인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적잖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롯데에 패했던 김진욱 두산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절치부심의 각오로 팀을 이끈다. 한 번의 실패가 그에게는 좋은 선생님이 됐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산이 넥센에 7승9패로 뒤졌다고 해서 포스트시즌에도 그럴 것 같은가. 그러기엔 두산의 가을이 너무나도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