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갑'에게'란 앨범 타이틀부터 범상치 않다.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된 '갑과 을' 문제를 끄집어냈다. 신곡 제목은 '반말 하지 말어'다. '언제부터 봤다고 날, 얼마나 잘 안다고 도대체 왜 반말이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데뷔 20년차 배기성과 15년차 이종원이 갑자기 사회적 불합리에 불만을 터뜨린 이유는 뭘까. 캔은 "반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사회에 작은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거대 기획사와 거대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이 쥐락펴락하는 가요계에서 15년 이상 줏대있는 음악으로 한길을 걷는 캔을 만났다.
-'갑과 을' 문제로 시끄럽다. 화제성을 노린 타이틀인가.
"의도한건 아니다. 교묘하게 시기가 맞았다. '내 생에 봄날은'의 아류를 또 하기보다는 독창적인 걸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곡이다. '반말 하지 말어'를 타이틀곡으로 정하니 '갑과 을'이라는 앨범 컨셉트가 그려지더라. M4 '널 위한 멜로디' 김원의 작품인데 '자기가 동안이라 가끔 매니저들에게 반말을 들을 때가 있다'고 하는데서 착안했다. 우리 역시 가요계의 '을'같은 존재라 할 말이 많겠다 싶었다."(이종원)
-본인들이 왜 을이라고 생각하나.
"연기자는 모르겠지만 가수들은 아직도 을이다. 아무리 잘나가도 제작자가 죽어하면 죽는거다. 가수가 절대 갑이 될 수 없다. 아이돌은 더 심하다."(배기성)
"연기자들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한다. 근데 가수들은 방송국하고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방송국과 매니지먼트와의 관계에 의해 일정이 잡히니 가수들은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지드래곤 정도 잘나가는 아이돌이 아니라면, 대체 할 수 있는 가수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이종원)
-메시지가 담긴 곡은 처음 같다.
"지금까지는 사랑 노래를 계속했다. 이젠 메시지있는 곡을 할 때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곡에서는 코믹적인 요소를 많이 배제했다. 반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스트레스 쌓여있는 직장인들이 술 한 잔하고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이종원)
-진지한 발라드를 기대한 팬들이 많더라.
"코믹한 노래를 해도, 무대에는 진지하게 섰다. 사실 발라드는 겁이 난다. 홍보 기간이 엄청 짧아졌다. 예전에는 6개월이었지만, 이젠 2주면 끝난다. 이런 시대에서 발라드는 홍보가 힘들거 같다. 그리고 발라드를 하려면 일단 살부터 더 빼야한다."(배기성)
-이종원은 소식이 뜸했다.
"압구정동에서 포장마차를 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인끼리 동업했는데 재미있었다. 근데 압구정 로데오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 손해도 조금 봤다."(이종원)
-그룹 M4, 듀오 빨간추리닝, 뮤지컬 출연 등 배기성의 외도가 잦다.
"언제나 형이 가장 큰 응원을 해준다. 종원이형의 미성을 굉장히 좋아한다. 형이 언젠가 발라드 곡을 발표하면 양껏 지원해주고 싶다."(배기성)
"내가 집을 지키고 있고, 기성이는 잠시 외출을 나갔다가 오는거다."(이종원)
-두 사람 다 결혼 생각은 없나.
"결혼 생각은 없는데 자식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이종원)
"나도 그렇다. 세상을 마냥 즐길 나이는 지났다. 눈 감을 날을 생각해보니 뭔가 하나라도 남길 게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배기성)
-전성기는 지났다고 생각하나.
"그런 생각은 안 한다. 대신 '내 생애 봄날은'의 성공이 굉장한 자신감이 된다. 당시 우린 아이돌도 아니었고, 무명 생활도 굉장히 길게 했다. 경쟁자도 god와 클릭비로 막강했다. 근데 앨범을 60만장 이상 팔고, 음악 방송은 3주 연속 1위를 했다. 그런 경험과 자신감이 앨범을 계속해서 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는다면 언젠가는 또 터질수 있다고 생각한다."(배기성)
-한곡만 제대로 히트 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던데.
"예전에는 그랬다. '호랑나비''화개장터'는 평생가는 노래고, '내 생애 봄날은'은 10년 정도 갔다. 근데 지금 아이돌은 히트를 쳐도 1년도 못 가더라."(이종원)
-소속사에서 10대 신인 여가수 '앤씨아'를 데뷔시켰다.
"그 친구 엄마가 종원형이랑 동갑이다. 하하. 데뷔 전에 보고 최근에 다시 만났는데 이젠 제법 가수 포스가 나오더라. 잘 될꺼다. 요즘 친구들에 비해 베이스가 좋다. 끼도 있고, 노래도 잘 한다. 외모까지 받혀주니 금상첨화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친구는 아니다. 노래를 잘해야 가수라고 생각하는 아이다."(배기성)
-캔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끝나는 날까지 가수로 살아남는 거다.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대중과 같이 살고 함께 늙고 싶다. 그렇게 대중의 옆에 있고 싶다. 우리의 어릴적 꿈은 가수였다. 지금 굉장히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고,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지금은 해야할 음악을 하지만 언젠가는 원하는 음악도 하고 싶다."(배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