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을 시작으로 임창정-버스커버스커-아이유-신승훈 등 신구 싱어송라이터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실시간 차트를 '올킬' 시키고 있다. 수년째 아이돌 가수들이 차트를 장악한 상황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17일 오후 6시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를 살펴봐도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분홍신'), 버스커버스커('처음엔 사랑이란게'), 임창정('나란놈이야')가 사이좋게 1~3위를 차지했다. 다른 대부분의 차트에서는 '포스트 가왕' 신승훈이 신곡 '내가 많이 변했어'로 차트를 휩쓸고 있다. 올 가을 유난히 싱어송라이터가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봤다.
▶싱어송라이터 전성시대
싱어송라이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먼저 '국민 가수' 신승훈이 4년 만에 공개한 신곡 '내가 많이 변했어'로 대부분의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23일 공개되는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의 선공개곡이다. 신승훈과 신진 작곡가 슈퍼창따이가 함께 곡을 썼고, 김이나와 최자가 가삿말을 붙였다. 신승훈의 진화가 도드라진 곡으로 평가받는다. 재즈적인 요소와 힙합 리듬을 절묘하게 교합했다.
신승훈은 새 앨범에 수록된 9곡 전부를 직접 썼다. 전국민이 사랑한 '신승훈표 발라드'에 힙합·재즈·브리티쉬록·디스코 등의 장르를 덧입혀, 트렌디하면서도 애절한 2중적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 상반기 '가왕' 조용필 만큼의 큰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이유는 정규 3집 '모던 타임즈'에서 보사노바·재즈·스윙·라틴팝·포크 등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아티스트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싫은 날''보이스 메일'을 직접 작사·작곡했고, '기다려''을의 연애'에 작사로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드러냈다. 타이틀곡 '분홍신'은 공개 일주일이 지났지만 차트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임창정 역시 3년 만에 발표한 싱글 ‘나란놈이란’을 직접 썼다. 발매 첫 날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2주차인 지금까지도 상위권에 포진하며 인기 행진을 벌이고 있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2집 전곡이 장범준의 자작곡이다.
▶똑같은 '후킹 송' 이젠 지겹다?
싱어송라이터의 인기가 매섭다. 이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수년째 이어진 몇몇 인기 작곡가의 음악에 대중이 식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스윗튠, 김도훈 등의 인기 작곡가들이 가요 히트곡의 50% 이상을 작곡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은 비슷한 스타일, 비슷한 느낌의 곡에 식상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굉장히 긴 작업시간을 투자해 자신만의 독창적이로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줬다. 상품처럼 찍어낸 음악이 아닌, 장인의 혼이 담긴 작품으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이돌 중, 자작곡이 가능한 멤버들이 대거 등장한 영향도 있다. '차원이 다른 아이돌'로 꼽히는 지드래곤이 대표적이다. 2집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대부분의 곡을 히트시켰다. '신형 아이돌' 블락비의 리더 지코는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도맡고 있다. 이 밖에도 비스트의 용준형, 인피니트 우현 등이 작곡 능력을 뽐내고 있다. 관계자는 "음악적 욕심을 대단한 아이돌 역시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것이 음악을 오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친구들이 점차 더 많아져야 아이돌 시장, 나아가 케이팝 시장이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