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KS)에서 양팀의 안방을 지킬 포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지영(27·삼성)과 최재훈(24·두산) 모두 신고선수 출신의 무명이었지만 2군 생활과 군 복무를 통해 성장한 뒤 이번 가을잔치에서 당당히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이지영은 올 시즌 113경기에 출장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체력과 부상 문제 등으로 풀 타임 출장이 어려워지면서 이지영이 더 자주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번 KS에서도 진갑용보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최재훈은 이번 가을 깜짝스타로 탄생했다. 주전 양의지(26)가 허리 부상 여파 등으로 고전하는 사이 진가를 발휘했다. 뛰어난 도루 저지 능력에 넥센과의 준PO 4차전에서는 역전 결승 홈런까지 때려냈다. 타석에 서면 상대 실책도 이어지는 등 행운까지 따르고 있다.
둘은 서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야구 인생 행보는 닮은 꼴이다. 2008년 경성대를 졸업한 이지영은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2009년 23경기에 뛴 게 전부였던 그는 2010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최재훈은 같은 해 덕수고를 졸업하고 두산 신고선수가 됐다. 정식선수 등록일이 되자마자 1군에 올라온 최재훈은 그해 딱 1경기를 뛰었다. 당시 김경문(현 NC) 두산 감독이 "저 놈 쓸 만해질 거야"라고 했지만 1군의 벽은 두터웠다. 결국 2010년 경찰야구단에 들어갔다.
이지영과 최재훈의 기량이 급성장한 건 군경 라이벌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부터다. 2011년 이지영은 퓨처스(2군) 북부리그에서 타율 0.332, 38타점을 기록했다. 최재훈도 그해 타율 0.347, 12홈런 59타점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지영은 "2군에서 재훈이와 경기를 많이 했는데 나보다 잘 했다. 잘 치면서 수비도 좋았다. 나는 컨택트 능력이 좀 있었지만 재훈이는 펀치도 좋았다.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전역 후 지난해 이지영은 77경기, 최재훈은 69경기에 출전하며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년 만에 KS 무대에서 상대팀의 포수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둘의 각오는 대단하다. 이지영은 지난해 타율 0.304의 쓸만한 타격 솜씨를 보였지만 올해는 0.239에 그쳤다. 풀타임 출장 첫해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팬들의 실망도 제법 컸다. 경기 전 1시간 일찍 나와 특타훈련을 자주 했던 이지영에게 이번 가을은 정규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다. 이지영은 "두산의 기동력을 잘 안다. 투수와 함께 주자를 안 내보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뛰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했다. 준PO와 PO에서 활약한 최재훈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피로에 근육통과 싸우면서도 "아직 멀었다"며 포수 장비를 챙길 정도로 의욕이 강하다. 두 안방마님들의 대결이 흥미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