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들의 공통된 고민 하나는 '안방마님'이다. 포수 자원이 많지 않다보니 각 구단들이 매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여파로 올 겨울 FA(프리 에이전트) 최대어로 손꼽힌 포수 강민호(28·롯데)는 역대 최대인 총액 75억원(계약기간 4년)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고민에서 벗어난 유일한 팀이 바로 'SK'다. SK는 노장 조인성(38)에 오른 손바닥 수술에서 회복한 이재원(25)이 있다. 여기에 이젠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정상호(31)까지 버티고 있다. 이른바 '포수 왕국'이다.
포수 층이 두터운 SK에서도 정상호의 내년 시즌 역할은 중요하다. 당장 주장이자 동갑이던 정근우(31·한화)가 FA로 이적함에 따라 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팀 내 야수에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1군 주축 선수는 박진만(37)과 김상현(33), 박정권(32), 조동화(32) 정도다. 정상호는 "점점 1년, 1년이 지날 때마다 모든 고참들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것"이라며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올해 82경기를 출전한 정상호의 시즌 성적은 0.289, 6홈런 26타점이었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 0.304, 5홈런 18타점이다. 내년이 기대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서 부상을 당해 최근 조기 귀국했다. 그는 "오른 햄스트링이 부분 파열됐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며 "현재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정도까지 인천 문학구장에서 재활군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다 나은 상태고,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성적'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몸값'이다. 정상호는 2015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는다. 강민호보다 나이가 3살 많지만 시장에 나올 경우 많은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최근 3년 동안 도루저지율 42%를 기록해 최소 200경기 이상을 뛴 포수 중 단연 1위(2위·두산 양의지 36.4%)다. 하지만 그는 "(강)민호와 나는 케이스가 다르다"며 "(강민호는) 젊은 나이에 군대까지 일찍 해결되지 않았나. 아마 민호의 기록을 (내가) 깨긴 어려울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아마 깨는 선수가 나온다면 (최)정이가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갑작스러웠던 정근우의 이적에 관해선 "다 주관이 있는 것 아니겠나, 야구는 돌고 도는 거니까 선수나 감독, 코치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정)근우의 자리가 작은 게 아니어서 내년에 우리 팀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물음표가 찍혀있는 SK의 2014시즌.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선수 중 한 명은 단연 안방마님 정상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