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A'를 보면 CJ E&M의 인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시아 뮤직 어워즈'라는 타이틀답게 화려한 스케일이 돋보였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한 시상식'을 만들기보다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해준 연예인들의 공을 치하한, 이른바 '범 CJ채널 연말 시상식'의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2일 오후 7시(현지시각) 홍콩 아시아 월드엑스포 아레나에서 '2013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가 9000여 관객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사전에 공지된 것처럼 팝계 레전드 스티비원더와 노르웨이 듀오 일비스, 곽부성까지 등장해 관객을 열광케했다.
스케일과 쇼의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무대에서 상을 주고받은 스타들이 대부분 CJ계열사를 빛낸 이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객관적인 시상 보다는 지상파가 자사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내보내는 시상식과 다를바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럴만한 것이 'MAMA' 행사장에는 이효리부터 이승철·이승기와 이서진·고아라까지 CJ E&M 전 채널에서 두루 활약한 스타들을 모두 만나볼수 있었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처럼 '슈퍼스타K'에서 5년 내내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이승철에게 공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베스트 콘서트 퍼포머상'을 수여했다.
또 호스트로 나선 이승기에겐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상'을 줬다. 이효리에겐 '여자가수상'을 줬다. 음원판매량이나 투표 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결과없이 주최측이 알아서 특정 상을 만들고 적당히 배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외 행사에 참여한 이들 역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친분이 두텁거나 또는 CJ E&M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홍콩에서 지켜본 '2013 MAMA', 그 현장의 속사정은 어땠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누가누가 다녀갔나
비(정지훈)는 전역 후 첫 공식 무대로 'MAMA'를 택했다. 이미 알려진것처럼 비와 이미경 부회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비는 2010년 발매된 앨범에 '스페셜 땡스 투'를 'VIP 스페셜 땡스 투'라고 따로 만들어 '늘 아들같이 보살펴 주고 사랑해주는 이미경 부회장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 부회장도 2011년 크리스마스에 일명 'CJ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 정석원·김성수 등을 이끌고 군복무중이던 비를 면회하러 가기도 했다. 일본 제프 투어 중인 비는 CJ 측이 마련한 전용기를 타고 홍콩으로 날아와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이츠 레이닝' 힙 송' 등을 불렀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다음달 CJ E&M 채널을 통해 방송될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인 이펙트'의 예고편이 나오기도 했다.
신혼여행 후 첫 공식일정으로 'MAMA'를 찾은 이효리도 CJ E&M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온스타일 '골든 12'와 최근 종영된 '이효리의 X언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CJ E&M의 시청률을 올리는데 많은 공이 있는 스타다. 이효리의 참석이 많은 화제가 됐지만,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았다. 여자가수상만 받은 뒤 애프터파티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슈퍼스타K'에서 5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이승철은 홍콩을 찾아 지난해까지 없던 '베스트 콘서트 퍼포머'상을 받았다. CJ E&M과 손잡고 월드투어 중인 인피니트도 '소니 MDR 월드 와이드 퍼포머'와 '남자그룹상'까지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베스트보컬 퍼포먼스상'을 받은 이승기도 사실상 CJ E&M의 주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29일 방송되는 tvN '꽃보다 누나'에서 젊은 짐꾼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상을 받은 가수들이 모두 지명도와 인기면에선 손색이 없지만 '공로상'의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다.
그외 지난 여름 댄스 신드롬을 몰고 온 Mnet '댄싱9' 멤버들도 무대에 올라 특별 공연을 꾸몄다.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이서진도 홍콩을 찾았다. 스토리온 '100인의 여자' MC로 활약한 한지혜와 Mnet 재팬 요리 프로그램을 맡은 김지훈, 또 제일제당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인 고수도 시상자로 초대받았다. tvN 화제작 '응답하라 1994'에 출연 중인 고아라와 정우는 한창 바쁘게 촬영이 진행중인데도 시간을 쪼개 참석했다. 온스타일 '스타일 로그' MC로 활약 중인 이수혁과 홍종현도 무대에 올라 시상을 했다.
▶그렇다면 공연은 완벽했나
올해 'MAMA'는 시상 보다는 화려한 외양의 공연에 주력한 듯 보였다. 또 해마다 지적된 음향문제를 피하려 했는지 일부 가수들은 엄청난 스케일의 무대 위에서 거의 녹음이 다 된 반주테이프에 입을 맞춰가며 노래를 불렀다.
2013년을 빛낸 국내 히트곡을 되짚으며 K-POP을 아시아 시장에 소개하기 보다는 대단한 해외 팝스타를 많이 불렀다는 걸 강조하는 무대가 눈에 띄었다. 전설의 가수 스티비 원더와 씨스타 효린, 중국 최고 스타 곽부성이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를 불렀다. 스티비 원더는 뮤직 메이크스 원 앰배서더 상을 수상해 기쁨을 더했다.
지난해 싸이에 이어 올해 국제적인 월드스타로 떠오른 노르웨이 형제 일비스의 공연도 볼거리였다. 여우의 울음소리를 착안한 곡 '더 폭스' 단독 무대를 꾸몄다. 국내 방송에서 일비스의 무대를 선보인 건 'MAMA'가 처음. 이후 '빠빠빠' 신드롬을 일으킨 크레용팝과 합동 공연을 펼쳤다. 일비스는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춤'을 선보여 웃음을 줬다.
광고 음악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스웨덴 듀오 아이코닉팝도 2NE1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MAMA'는 2011년부터 해외아티스트와 합동 공연을 꾸며왔다. 지난해에는 힙합뮤지션 BOB와 서인영이, 2011년에는 스눕독과 2NE1 등이 기록될만한 무대를 만들었다.
CJ E&M 측은 "예전보다 가수들의 섭외가 수월해졌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무대도 있고 아시아 시장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팝스타의 출연으로 외양은 화려했지만 국내 가수 매니저들은 "K-POP을 통해 더욱 많은 아시아팬들과 소통하는 게 'MAMA'의 의미라면 그 측면에선 좀 아쉬운 무대였다. 주최측이 얼마나 대단한 팝스타를 많이 부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신경을 많이 쓴 걸로 보인다"면서 "그러다보니 일부 국내 가수들은 홀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수상 및 시상자와 CJ E&M 관계 표
비(정지훈) '레인 이펙트(다음달 방송)' 이효리 '골든12' 'X언니' 이승철 '슈퍼스타K' 이하늘 '슈퍼스타K' 이승기 '꽃보다 누나' 이서진 '꽃보다 할배' 한지혜 '100인의 선택' 성유리 '론치 마이 라이프' 김지훈 '비비고' 고수 제일제당 광고 모델 고준희 '솔드아웃2(예정)' 차예련 '스타일로그' 이수혁·홍종현 '스타일로그' 고아라·정우 '응답하라 1994' '댄싱9' 참가자 특별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