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비밀'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낯선 얼굴이 있다. 바로 황정음의 단짝 친구 양해리를 연기한 배우 안지현(22)이다. 양해리는 황정음과 함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일한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 분량은 적지만 능청스러운 경상도 사투리와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철부지 아가씨'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남녀 간의 사랑과 복수를 애절하게 담은 '비밀' 속 유일한 밝은 캐릭터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황정음과 지성의 사랑에 조력자로 활약하다가 지성의 비서 광수와 연인이 되며 행복한 결말까지 맞았다. 안지현은 이제 데뷔 3년차. 2010년 과자·노트북·학습지·화장품·통신사 등 12개의 광고를 찍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양지현은 '텍사스 안타'(10)를 비롯한 3편의 KBS 드라마 스페셜과 '당신이 잠든 사이'(11) KBS '학교 2013'(13) 등 세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난 3년간 딱 3개월을 빼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배우'란 타이틀에 다가가고 있다. 안지현은 "배우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국제학과를 포기했다. 공부는 나중에 할 수 있지만 당장 눈앞에 들어온 작품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비밀'은 선배 배우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었다. 아쉬움은 없나.
"전혀 없다. (황)정음 언니와 붙는 신이 많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걸 배웠다. 워낙 좋은 작품이라 출연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전작 '학교 2013'(13) 연출자 이응복 PD님이 러브콜을 보내주신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학교 2013' 속 비중도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배우들과 연기한 건 '학교 2013'이 처음이었다. 이응복 PD님은 배우들의 능력을 보고 분량을 늘이거나 줄이셨다. 약육강식의 세계였다.(웃음) 신경전도 엄청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배우들에게 내 분량, 대사 등을 빼앗긴 적도 있다. 덕분에 대사 한마디, 한컷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게 생겼다. 드라마 종영 후 이응복 PD님이 '비밀' 캐스팅 제안을 해주셨을 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경상도 사투리가 참 맛깔나더라.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살았다.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평소 편한 자리에서는 사투리가 막 튀어나온다. 전라도 사투리도 가능하다. 일일극 '당신이 잠든 사이'(11)를 찍을 때 제대로 마스터했다. 내 대사의 전체 분량 중 50%가 사투리로 적혀있었다. 전라도 출신 친구의 도움이 컸다. 6개월 동안 매일 전화로 나머지 50% 분량에 해당 되는 사투리 대사와 전체적인 대사 톤을 '20대 전라도 사투리'로 고쳐줬다."
-'비밀' 속 황정음·이다희의 배역 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굴 선택할 건가.
"이다희 언니가 연기한 신세연 역을 해보고 싶다. 물론 황정음 언니가 연기한 유정 역도 좋다. 진한 모성애를 지닌 강인한 유정 보단 한 사람만 바라보는 신세연이 난 더 공감 되더라.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발레를 전공했었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배웠었는데 부상을 당해 그만 뒀다. 중학교 때 발레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이후 부상을 입었고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야구·농구·웨이크보드·승마 등을 배우며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 많은 걸 배워도 부족함이 느껴지더라.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어져 18살 때 한국에 돌아왔다."
-연예계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한국에 돌아온 해 겨울, 길을 가다가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막연히 'TV에 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었다. 부모님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셔서 도전해봤다. 2010년 '텍사스 안타'를 찍자마자 과자·노트북·학습지·화장품·통신사 등 12개 광고를 찍었다. '텍사스 안타'로 박현석 PD님과 인연을 맺은 덕분에 드라마 스페셜 '마귀'(13)에도 출연하게 됐다."
-대학교를 그만 둔 게 아깝진 않나.
"원래 뒤돌아보고 아쉬워하는 성격이 아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중에 하기 힘든 것을 선택한 거다. 부모님은 '네 인생이니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내 뜻을 존중해주셨다. 지금이 '연기할 때'라는 걸 강하게 어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