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대성(30)이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여장 캐릭터로 2연타 홈런을 날렸다. 코너 '정여사'와 '전설의 레전드'를 통해서다. 개그맨들이 가장 꺼리는 개그 코너 속 인물은 여장 캐릭터. 임팩트가 워낙 강해 다음에 선보일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대성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여사'에서 정태호의 딸 소피아 역으로 1년간 코너를 이끌었다.
웃음의 한 축을 담당 중인 코너 '전설의 레전드'는 벌써 방송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두 코너에서 김대성은 여자보다 예쁜 외모와 새침한 말투, 여성스러운 몸짓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약 4년간의 활동은 미비했던 게 사실. 그는 남들이 피하는 캐릭터를 공략해 개그맨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전설의 레전드'에선 신보라를 질투하는 나애리 역으로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이란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여장 전문 개그맨'이란 수식어까지 얻었다. 이에 대해 김대성은 "처음에 도전할 땐 걱정이 많았다. 나 역시 여장이 개그맨이 꺼내야 할 가장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역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물론 마음 한 켠에서는 다음에 선보일 캐릭터의 '한 방'을 위해 열심히 칼을 가는 중"이라고 속내를 터놨다.
-'전설의 레전드' 나애리가 '정여사 '소피아 보다 예쁘더라.
"두 번째 여장 캐릭터니 디테일에 신경써야 되지 않겠나. 동대문 시장에 빅사이즈 여성 의류 단골집도 생겼다. '개콘' 작가 분과 의논해 의상 컨셉트를 정하면 직접 사러 다닌다. '개콘' 여자 출연진이 예쁜 레깅스를 신고 오면 '그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 뒤 사러가기도 한다. 메이크업을 받을 땐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아이라인을 좀 더 두껍게 그려달라' '언더라인 좀 신경써달라' '속눈썹은 이게 나은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KBS 분장팀을 귀찮게 군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더라.(웃음) 가끔씩 '헤어숍 가서 받고 올까'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를 연기할 때 참고하는 인물이 있나.
"인기 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들을 유심히 본다. 옷차림·말투·표정 등을 봐뒀다가 코너를 할 때 캐릭터에 녹여낸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12) 속 김세아씨의 새침한 캐릭터는 한 번 써먹어보고 싶다. 대사 처리를 할 때 톤이 아주 마음에 든다."
-MBC 공채 개그맨에서 KBS 공채 개그맨으로 옮겼더라.
"김원효 형과 KBS 공채 시험을 같이 준비했는데 '똑' 떨어졌다. 직후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아 개그맨 오디션 프로그램 KBS '개그사냥'(06)에 출연하게 됐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07년 MBC를 봤는데 덜컥 합격했다. '개그사냥'에 함께 출연한 선후배들이 KBS 공채에 줄줄이 들어갔다. 홀로 MBC에 있으니 외롭고 아쉽더라. 그래서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다시 봤다."
-공채 합격 이후 4년 동안 활동은 미비하다.
"활동은 꾸준히 했다. '두캅스'(09) '잠복근무'(10) '꽃미남 수사대'(11) '교무회의' 등의 코너에 출연했었다. 하지만 3주 만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일이 계속 반복 됐고 한 때 '개콘'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대성 바이러스'란 말도 나왔다. 너무 속상해서 '그만 둘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맡고 있는 코너가 없어도 KBS 연구동에는 늘 나가있었다.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쉬면 감만 떨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채찍도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나름의 슬럼프를 무사히 넘겼다. 최근 3년 동안 3개월 정도 밖에 못 쉬었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개그계에는 어떻게 발들인 건가.
"학교 동기 안영미가 제안했다. 23살 때 영미가 KBS19기 공채 개그맨이 됐다. 이후 나에게 '너도 개그맨 해보는 거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솔깃하더라. 그래서 영미의 소개로 김준호 선배를 만났다. 유쾌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고 개그맨의 꿈을 확실히 가지게 됐다. 그날부로 상경했다."
-개그맨이 안 됐다면.
"유치원 선생님이 됐을 것 같다. 대구에서 상경한 뒤 '개그맨이 허황된 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실과 내 꿈의 중간선을 찾으려 했다. 대학시절부터 유아교육과 편입시험을 칠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적성을 살려 유치원 선생님이 돼 볼까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서 극구 말리더라. '네가 꼭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눈에 띄는 후배.
"신보라와 김기리다. 둘은 뭘 맡겨도 잘 살린다. 잘하는 애들 둘이 만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웃음)"
-개그맨에게 가장 중요한 것.
"연기력이다. 지금까지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연기력 없이 성공한 분들이 없더라. 캐릭터를 살리거나 콩트에서 스토리를 풀어가려면 연기력은 필수다. 또 하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능력이다. 외모가 출중하면 인지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인기를 끌려면 무조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