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7일 2014시즌 주요 선수 연봉 협상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마무리 봉중근(34)의 연봉이 무려 3억원이나 오르는 등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신연봉제에 따라 두둑한 보상을 받은 선수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도 있다. 중간계투인 이동현(31)이 대표적이다. 이동현은 1억7000만 원에 재계약을 했다. 지난해 8500만 원에서 100% 올랐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쳤다. 그는 "윈셰어(승리 기여도) 점수를 통해 나온 액수라고 들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중간 투수들이 LG 신연봉제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봉중근과 이동현 차이, 어디서 나왔나
LG는 승리 기여도 50%와 구단 고과 50%를 반영해 연봉을 책정한다. 쉽게 말해 성적을 낸 선수는 팍팍 오르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팍팍 깎인다. 또 팀 승리가 많을수록 연봉 총액이 커지는 게 특징이다. LG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 시즌 74승을 거뒀다. 2012년보다 17승을 더 올려 선수들이 가져갈 몫이 커졌다.
지난해 맹활약한 LG 선수들은 팀이 부진했을 때 연봉 삭감의 기제로 작용한 신연봉제가 대박을 안겨줄 것으로 믿었다. 2012시즌 9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연봉이 거의 반토막난 이동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작년 LG의 필승 계투로 마무리 봉중근과 함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64경기에 나와 6승3패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그가 던진 72이닝은 홀드 10위 안에 든 선수 중 최다였다. 10승 이상을 거둔 선발 우규민 류제국과 함께 연봉 잭팟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동현의 연봉 인상폭은 팀 내 다른 선수, 특히 마무리 봉중근과 비교했을 때 크게 처진다. 봉중근은 8승1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을 기록하고 작년보다 200% 인상된 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동현이 봉중근에 비해 이 정도로 처지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LG의 한 관계자는 "봉중근의 윈셰어가 이동현보다 훨씬 높다"며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과 고과에 따른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윈셰어만으론 두 선수의 연봉 격차가 다 설명되진 않는다. LG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봉이 1억 원 이상 오른 선수는 봉중근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인상액은 2500만 원에서 8500만 원 사이였다. LG의 다른 관계자는 "봉중근의 경우 팔꿈치 재활로 2012년 연봉이 2억3000만 원 깎이고(3억8000만원→1억5000만원), 작년 연봉이 동결된 부분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푸대접 이유, 신연봉제의 한계 때문?
신연봉제 자체가 중간 투수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투수 부문 윈셰어 할당량이 타자 부문에 비해 작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투수 중에서도 승리를 챙기는 선발이나 세이브를 얻는 마무리보다 딱히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중간계투에 가중치가 적다는 견해도 있다. 재계약 대상 LG 투수 중 이동현의 윈셰어는 봉중근과 우규민, 류제국에 이어 4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연봉제를 적용하지 않는 구단은 중간 투수에게 그리 박하지 않다. 넥센은 세이브 1위(46세이브) 손승락과 4억3000만 원에 계약했다. 홀드 1위(27홀드) 한현희는 올 시즌 1억2500만 원을 받는다. 연봉 격차는 상당히 크지만 전년 대비 인상액은 손승락이 1억7000만 원, 한현희가 7500만 원으로 그 차이가 1억 원이 채 안 된다. 게다가 한현희는 손승락보다 연차가 훨씬 낮은 선수이다.
LG 불펜 투수들은 2011년 신연봉제 도입 이후 '자주 나가 고생을 하고도 그에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섭섭함을 갖고 있다. 이동현은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 팔 빠져라 던졌는데'라며 서운해 하시더라. 내 손으로 사인한 거지만 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