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월드컵의 해다. 오는 6월 한반도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함성과 함께 붉게 물들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국내에는 축구 마니아가 정말 많이 늘었다. 새벽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열광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라리가(LFP)에 일희일비하며, 독일 분데스리가(BL)에 함성을 지르는 ‘열혈 축구팬’들 말이다. 유로풋볼긱은 유럽 3대리그에 월드컵, 챔피언스리그까지 해외축구를 폭넓고 깊게 다루며 기존 포털, 언론사에서는 볼 수 없는 특화된 페이지를 제공한다.
2013-14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물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큰 변화가 있던 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정규리그+데포칼(FA컵)+UEFA 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한 명장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에른 뮌헨 이사진은 호셉 펩 과르디올라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초 과르디올라가 뮌헨 감독으로 낙점되자 독일 현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를 이끌며 전성기를 이룩한 것은 맞지만, 그의 티키타카는 그동안 바이에른 뮌헨이 추구했던 축구와 색깔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명장과 강팀의 만남은 이렇게 우려에서 시작됐다.
얼마나 대단들 하셨나?
바이에른 뮌헨은 2012-13시즌 성적 뿐 아니라 경기력도 매우 뛰어났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는 티토 빌라노바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1, 2차전 합계7-0으로 완파했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이후 최악의 패배였다.
분데스리가에서도 29승 4무 1패, 승점 91을 기록했다.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66점)을 무려 25점차로 압도했다. 이는 분데스리가 1위가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2위를 따돌린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초보 딱지'를 떼자마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2008년 프로 감독으로서 처음 맡은 팀이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더 섬세하게 가다듬었다. 그리고 첫 시즌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나간 대회마다 모조리 우승컵을 챙긴 것. 2010-11시즌에는 정규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들어 올리는 더블까지 달성했다. 과르디올라는 4시즌 동안 무려 14개의 우승컵을 바르셀로나에 안겼다.
대단한 명장과 강팀의 만남…일단 성공적
현재까지 명장과 강팀의 만남은 성공적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분데스리가 무패행진을 41경기로 늘렸다. 사상 최다 기록이다. 더 이상 끌어올릴게 없어보였던 경기력도 올라갔다. 바이에른 뮌헨의 장점은 살렸고 여기에 세밀함을 더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하인케스 시절보다 삼각대형으로 이뤄지는 압박과 패스, 움직임이 늘었다. 예전에는 팀이 강해서 점유율이 높았지만 펩의 뮌헨은 조직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16라운드까지 14승 2무를 기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승률이 무려 93.75%다(축구에서 1무승부는 0.5승으로 계산한다. 무승부를 포함시키지 않는 야구와는 계산법이 다르다).
골득실도 인상적이다. 16경기에서 42골을 넣는 동안 딱 8골만 내줬다. 경기당 득점은 2.63에 이르지만, 실점은 경기당 0.5골에 그친다.
서로를 향한 아름다운 배려
명장과 강팀은 빠르게 서로를 받아들였다. ‘명장’ 호셉 펩 과르디올라와 ‘강팀’ 바이에른 뮌헨의 만남은 현재까지 행복한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 시즌 초 제기됐던 우려는 모두 찬사로 뒤바뀌었다.
일각에서는 펩의 바이에른 뮌헨이 “50년대 디스테파노의 레알 마드리드, 60년대 펠레의 산토스, 70년대 미켈스의 아약스, 80년대 사키의 AC 밀란, 2000년대 펩의 바르셀로나와 같은 역사적인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극찬까지 나왔다.
빠른 성공의 뒤에는 아름다운 배려가 있었다.
6개월 만에 독일어 완벽 구사
지난 시즌 종료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됐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하인케스의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것이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세계 최강팀을 맡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취임 기자회견부터 완벽히 준비하고 나갔다. 그는 “성공할 자신이 없다면 뮌헨으로 오지도 않았다”고 ‘독일어’로 이야기했다. 이후 인터뷰도 모두 독일어로 했다. 최강팀 언론과 팬들에 대한 배려였다.
과르디올라는 현역시절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의 브레시아, AS로마, 카타르의 도하에서 뛰었다. 독일은 거치지도 않았다. 과르디올라 스스로 개인 과외를 하며 6개월 동안 독일어를 공부해 완벽하게 익힌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독일인들도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10월 뮌헨 축제 때는 스스로 독일 전통 복장을 입고 독일 맥주를 마셨다. 뮌헨과 하나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페르소나’ 알칸타라 선물한 뮌헨
구단도 과르디올라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해준 것. 과르디올라는 정규리그 개막 전부터 알칸타라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새로운 미드필더의 영입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구단 수뇌부에 내 축구 스타일을 말했다. 알칸타라가 갖고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알칸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이 확실해보였다. 더구나 독일 내에서도 반발이 심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브라질 국가대표 구스타부, 스페인 출신 하비 마르티네스, 독일 국가대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까지 세계 최정상급 미드필더들이 포진해 있었다. 과연 미드필더를 또 영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였다. 더구나 알칸타라는 바르사에서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는 미드필더였다.
그럼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367억 원을 지불하고 알칸타라를 데려왔다. 맨유가 바르사에 제시한 299억 원보다 70억 원이나 많은 이적료였다. 바이에른 뮌헨의 통 큰 결단에 바르셀로나는 “만족스러운 이적협상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알칸타라를 영입해준 구단에 고맙다”는 의사를 전했다.
뮌헨 스타일에 바르사 티키타카를 더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명장과 강팀. 빠르게 화학작용을 했다. 경기력은 무섭게 올라왔다. 과르디올라는 전술에서도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 바이에른 뮌헨이 잘하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티키타카’를 이식했다. 그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강했지만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14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패스 성공률이 올라갔고, 점유율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당연히 경기당 패스 숫자도 늘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주로 사용하던 4-3-3 대신 마리오 만주키치를 활용하는 4-1-4-1이나 4-2-3-1을 애용하고 있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지만 짧은 패스만 주구장창 하지는 않는다.
펩의 바이에른 뮌헨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바르셀로나의 섬세한 패스 축구에 독일 구단 특유의 운동 능력이 더해진 축구를 하고 있다. 짧은 패스도 되고 뛰어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선 굵은 축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박찬하 KBS N 해설위원은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다. 목표를 잃을 수도 있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동기부여를 잘했다"며 "로테이션을 즐기는 감독은 아니지만, 뮌헨에 와서 자신의 색깔을 버리고 맞춤형 전략과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 2012-13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남긴 기록
독일 역사상 첫 트레블 최다 승점(91점) 최다 승(29승) 최소 패(1패) 최소 실점(18골) 최다 골득실(+80) 최다 연승(14연승) 최초 원정무패 최단 기간 우승 확정(28라운드) 한 시즌 최다 무실점 경기(21경기)
◇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 남긴 것
유럽 구단 역사상 첫 6관왕 바르셀로나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 19개 우승컵에 도전해 14개 획득(구단 역사상 최대) 정규리그 30경기 연속 무패(2010-11시즌, 구단 역사상 최대) 14개의 우승컵(라 리가 3회, 코파 델 레이 2회, 수페르코파 3회, UEFA 챔피언스 리그 2회, UEFA 슈퍼컵 2회, FIFA 클럽월드컵 2회) 바르셀로나 통산 기록=179승 47무 21패 638득점 181실점(+457) 승률 72.47%
◇ 과르디올라의 말말말
맨시티 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뒤
"우리가 계속 승리해 UEFA 챔피언스리그와 분데스리가가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승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한 번 질 필요가 있었다."
레버쿠젠과 비긴 뒤
“27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것이 축구다. 우리 선수들도 잘했지만, 레버쿠젠 골키퍼가 좋은 활약을 했다.”
자신의 자서전에서
"공격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공을 뺏기는 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축구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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