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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안, 교수들에게 혼쭐난 사연은?
KBS 측의 수신료 인상 요구안이 거센 비난과 반대에 직면했다.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은 KBS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이날 교수들이 수신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모습은 SNS와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KBS, 수신료 인상안 설명하다 교수에 혼쭐 난 장면'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전규찬 한예종 교수는 "KBS 측은 수신료 인상시 매년 4000억 정도의 수신료 수익이 늘어난다. 대신 광고는 2000억 줄인다지만 결국 KBS는 2000억 정도의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며 "2000억 정도의 광고는 종편 등 다른 미디어로 빼는 걸로 이해된다. 일종의 나눠먹기식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상안이 생계와 민생에 부담을 주는 인상안이란 것을 지적하면서 "낙하산 사장, 제작과 편성 자율성의 붕괴, 언론인들에 대한 징계, 프로그램 폐지, 출연금지, 홍보와 선정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들의 편성강화, 저널리즘 해체 등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KBS를 통해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며 "시청자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봤을 때 얻는 것 없는 비용부담"이라고 말했다.
EBS 수신료 배분 문제도 언급했다. 전 교수는 "KBS안처럼 5% 인상, 혹은 10% 올리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하려면 지금 하는 건 어떠느냐"며 "해외 사례로 스웨덴과 그리스를 들어 한국이 그들에 비해 비싸다고 얘기를 한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민주적으로 안정적인지 모른다. 한국 사회를 비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스는 우리보다 돈을 더 많이 낸다. 그리스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사회감시하지 않고 국가권력이 어떻게 부패하고 자본권력이 어떻게 횡행하는지 말하지 않다가 부도사태를 맞았다"며 "그리스 공영방송은 해체됐고 직원 2400명 전부 해고됐다"고 2010년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예로 들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KBS 수신료 인상안에 제동을 걸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KBS의 행태를 봤을 때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합의는 결국 방송이 얼마나 공영성 있는 방송이 되느냐의 문제다.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 그 다음엔 방송 제작 과정에 있어서 제작 담당자의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뜻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전기세에 수신료가 포함돼 나오기 때문에 안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낼 수도 있지만 엄청 어렵고 힘든 단계를 거쳐야한다"며 "그런 형태로 돈을 받으면서 국민들이 합의하고 동의하고 국민들이 봤을 때 올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KBS 측이 2010년 쇄신안을 내놓고 인력감축한 것에 대한 지적도 했다. 하위직 인력을 줄이고 상위 직급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 최 교수는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준 자료를 인용해 "하위직은 9.7% 줄어든 반면 고위직은 오히려 7.6% 증가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보였다. 인력줄이고 숫자 줄였다고 말하지만 제일 상위 직급인 1급과 전문직은 오히려 인원이 늘었다"며 "그 사람들 연봉 더 많이 받는 거 당연하지 않나. 하위직급보다 인력이 늘어난 상태에서 인력감축했다. 숫자적으로 감축했지만 전체적으로 KBS 경영 합리화와 자구 노력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로 가느냐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수신료 이중납부 문제도 꼬집었다. IPTV나 케이블 연계해서 보는 국민의 경우에도 KBS 수신료는 따로 납부한다. 이를 이중과세라 말한 것. 최 교수는 "직접 수신해서 안 보고 IPTV나 유료방송으로 TV 보는데도 수신료를 재차 걷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EBS 배분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동의의 뜻을 전하면서 "현재 EBS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중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KBS는 EBS에 3%를 주고 나머지 수신료를 다 가진다. 현행 3%에서 5~10% 인상안이 아니라 15% 이상 줘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같이 먹고 살아야지 왜 KBS 혼자 다 갖냐. 똑같이 공영방송하고 똑같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거 아니냐"며 "4000원 올려주면 5%주겠다는 걸 수신료 인상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당장 올려주고 그 다음에 또 얘기를 하는 게 순리적으로 듣는 사람, 국민의 입장에서 설득력이 높다"며 "KBS가 먼저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해야 된다. 오늘 발제문은 '지금까지 이렇게 했고 잘하고 있다'는 내용들만 써넣었더라. 그럼 실제적으로 이걸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무작정 돈없으니까 경영 어려우니까 수신료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건 국민들의 합의를 받아내기 힘들다"며 "30년간 수신료 안 올렸다는 건 맞다. 그러나 수신료가 전기료에 합산돼 실제 거둬들인 금액으로 보면 81년 걷은 것의 9배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0일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후 포털사이트 청원 게시판에서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한다는 뜻의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약 5800(24일 오후 2시 기준)명의 대중이 참여했다. KBS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7일부터 'KBS 공정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며 수신료 인상 반대 및 납부 거부 운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은 864명이 참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인상안은 방통위 검토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