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타 레이르담 인스타그램 캡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전세계 선수들 중 소셜미디어 상의 상업적인 영향력으로 금메달을 가린다면, 아마도 이 선수가 우승을 가져갈 지도 모르겠다. 바로 네덜란드의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유타 레이르담이다.
레이르담은 지난 10일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1000m에서 1분12초31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이미 밀라노에 도착하기 전부터 바이럴 면에서 대형 스타였다.
미국의 프로 복서 제이크 폴의 여자친구인 레이르담은 남자친구 덕분에 더 유명해진 것도 맞지만, 이미 자신의 종목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이자 패션, 스포츠용품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였다. 레이르담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630만 명이 넘는다.
레이르담은 밀라노에 갈 때 남자친구의 전용기를 타고 입성하는가 하면, 전용기 안에서 호화로운 디저트를 먹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올림픽에 진정성이 있는지, 스포츠맨십이 있는지, 팀 네덜란드에 대한 소속감은 있는지에 대해 의심 받았다. 이런 레이르담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레이르담은 보란 듯이 올림픽 기록을 내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선수로서 최고 레벨의 실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것이다. Jutta Leerdam of the Netherlands waves after winning the 2nd women's 1000-meter event at the ISU World Championships in Inzell Germany, Friday, March 8, 2024. (AP Photo/Matthias Schrader)/06:46:15/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리고 금메달 확정 순간은 더 큰 화제였다.
레이르담은 경기 직후 중계 카메라가 우승자를 클로즈업할 때에 맞춰 경기복 앞지퍼를 내렸고, 이때 흰색 스포츠 브라가 드러났다. 비슷한 장면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직후에 흔히 나오지만, 레이르담의 경우 특별했던 건 스포츠 브라 하단에 선명하게 나이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손꼽히는 스포츠 스타이자 인플루언서가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착용한 나이키라는 강렬한 홍보 영상이 꽤 넉넉한 시간 동안 전세계에 송출됐다.
외신들은 이 순간 레이르담이 노출한 나이키 로고의 광고 가치가 100만 달러(14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레이르담이 가진 스타성으로 이 장면이 전세계 SNS에 바이럴되고, 상징적인 한 장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레이르담은 나이키의 후원만 받는 게 아니다. 미국 속옷 브랜드 SKIMS, 레드불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 후원을 이미 받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해당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릴스와 사진이 가득하다. 대부분 홍보용 게시물에는 레이르담이 스포츠브라와 레깅스를 착용한 채 탄탄한 신체를 그대로 드러내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유타 레이르담이 직접 게재한 자신의 후원사 나이키의 홍보 캠페인 영상(왼쪽), 오른쪽은 자신의 일상을 담은 요트 사진. 사진=유타 레이르담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 롭 윌슨 교수의 말을 인용해 "레이르담의 이번 올림픽에서의 행보는 올림픽 금메달과 높은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결합한 사례"라며 레이르담의 연 수익 가능성을 1090만~1360만 달러(158억~197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레이르담이 로고가 새겨진 스포츠 브라를 노출한 장면은 여러 모로 1999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의 브랜디 체스테인(미국)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당시 체스테인은 중국과 결승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골을 성공시킨 후 유니폼 상의를 벗은 채 스포츠 브라를 노출하고 탄탄한 식스팩과 상체 근육을 과시하며 포효했다.
토론토선은 "체스테인은 당시 스포츠 마케팅에 영향력을 주는 스타 선수가 아니었다. 상의를 벗어 나이키 스포츠브라를 노출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승리에 취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여자 선수들에 대해 제약이 많았던 시대에 여자 선수가 포효하며 상의를 벗어던진 건 스포츠 팬들에게 큰 임팩트를 준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고 돌아봤다. 1999년 여자 월드컵의 브랜디 체스테인 세리머니. 사진=유튜브 FIFA TV 영상 캡처 SKIMS 홍보 화보. 사진=유타 레이르담 인스타그램 캡처 반면 레이르담의 스포츠 브라 노출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레이르담은 이번 금메달로 스타가 된 게 아니라 이미 마케팅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스타였다. 금메달 직후 스포츠 브라 노출은 아마도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27년 전과 달리 현재 스포츠 무대에는 연 수익 150억원을 훌쩍 넘기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여자 스포츠 스타들이 넘쳐난다. 레이르담은 그 중 하나로서 스포츠브라 노출을 '마케팅 의도를 갖고' 만들어냈다. 1999년 체스테인과 2026년 레이르담의 우승 세리머니는 얼핏 보면 비슷한 장면으로 보일지라도, 이제 스포츠 마케팅에서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렸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