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는 직장인들이 애사심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연봉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애사심이 낮은 직장인 4명 중 1명도 '낮은 연봉'을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가운데 업체 규모나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지나치게 야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식품업계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다른 업계에 비해 연봉이 짜도 너무 짜다"고 한탄한다. 그렇다면 식품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연 매출 1조원 이상 업체들의 사정은 어떨까. 일간스포츠가 식품업계 1조클럽의 매출 규모와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비교 분석했다.
동서식품, '식품업계의 삼성'
과연 동서식품은 소문대로 '식품업계의 삼성'이었다. 동서식품의 연간 매출액은 1조 5598억원으로 7위에 머물렀으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3900만원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삼성 가느니 동서 간다"는 얘기가 아예 근거 없는 헛소문은 아니었던 것. 실제로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4000만원(2013년 기준)으로 동서식품과 연 100만원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유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역시 매출 규모에 비해 초봉을 높게 잡아 '후한 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남양유업의 매출 순위는 업계 10위 수준이지만 대졸 초임은 4위에 안착했으며, 매일유업 역시 매출 규모는 15개 기업 중 끝에서 두번째인 14위로 낮은 편이지만 대졸 초임은 그보다 4계단 높았다. 특히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원들에 대한 보상이 꽤 후한 편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동원F&B의 대졸 초임이 10위권 안에 자리하며 매출 규모(13위)보다 3계단 높아 인심이 좋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대상 매출 대비 '야박해'
한편, 동서식품에 이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높은 업체는 CJ제일제당이었다. CJ제일제당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3800만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야박한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1조 클럽 회원사 중에서도 유일하게 4조원 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독보적 매출 1위 업체이기 때문. 이는 동서식품 연간 매출액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오뚜기와 대상은 매출에 비해 보상이 박했다. 오뚜기는 연간 매출액 1조6525억원을 기록하며 5위에 당당히 자리했지만 대졸 초임 순위에서는 9위로 10위권 안에 겨우 들어왔다. 대상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3200만원으로 15개 회사 중 끝에서 3번째에 자리했다. 2012년 연간 매출 규모가 업계 8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정한 수준이다.
업계에서 '짠돌이'로 유명한 롯데는 계열사를 차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제과는 매출 규모에 비해 보상이 후했으나 롯데칠성음료는 박했다. 연매출 1조5242억원으로 업계 9위였던 롯데제과는 대졸 초임 순위에서 4위로 5계단 뛰어올랐다. 롯데칠성음료의 대졸 초임 수준은 업계 2위에 빛나는 매출 규모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2조원대의 연간 매출액을 기록한 롯데칠성음료의 대졸 초임은 3550만원으로 업계 6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