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2세 이하 축구팀은 국제경쟁력이 있다. 이 선발팀은 지난 2012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친선 대회에서 쟁쟁한 스페인 클럽 산하팀들을 꺾고 우승했다. 당시 한국의 경기를 지켜본 한 스페인 학부모는 "한국 어린 선수들은 다 호날두, 메시 같다"며 감탄했다.
백승호(17)와 이승우(16), 장결희(16) 등 현재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도 12세 때 발탁돼 13세에 스페인으로 넘어갔다. 발렌시아의 이강인(13)은 11세에 산하 유스팀에 입단했고 최근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강인의 아버지 이운성(46)씨는 “스페인에서 보면 한국 선수들처럼 리프팅을 잘하는 애들이 없다. 스페인 지도자들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실력의 격차는 성인팀에 이르면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이유가 있다. 한국 중학교(스페인의 카데테) 이상의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경쟁'이다.
스페인의 유스 시스템은 상상 이상으로 살벌하다. 한 살 단위로 연령대가 나뉘고, 유스팀들끼리 매 시즌 풀리그를 치른다. 한 시즌이 지날 때마다 성적이 좋지 못한 선수는 팀에서 쫓겨난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의 이승우는 “매해 4명의 선수가 나간다. 그때마다 경쟁이 장난이 아니란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에 자녀를 축구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 "스페인 축구가 한국의 학원 축구보다 훨씬 살벌하다. 스페인은 이기는데 집중하고, 따라오지 못하면 바로 쫓겨난다. 스페인에 축구 조기유학을 가서 기본기를 배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축구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스페인에 비하면 한국 축구는 온실 속 화초"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일단 학교에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쫓겨날 걱정은 하지 않는다. 실력이 좋은 일부 선수들은 지도자들의 특별 보호를 받기도 한다.
스페인의 유스 시스템은 철저한 경쟁 속에서 어린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도태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의 학원축구는 소수의 잘 하는 선수를 보호해서 상위 학교에 많은 선수를 진학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페인 유학생 학부모는 "한국 학원축구에서는 스카우트 잘하고 좋은 대학 보내는 감독이 좋은 지도자다. 제자들의 기량 발전에 신경 쓰다가는 스카우트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고 한탄했다.
용인FC는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용인FC 산하 신갈고를 중심으로 스페인 유스팀과 평가전을 했다. 조건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과 비슷했다. 스페인 유스팀은 시즌 중이라 선수들 몸 상태가 좋았고, 신갈고는 몸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신갈고의 김상진 감독은 "지난달 스페인 전훈에서 총 여섯 차례 평가전을 했다. 2승4패로 고전했다"며 "운영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스페인 아이들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더라. 환경의 차이가 이런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