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의 '꿈'은 이뤘다. 하지만 그 '꿈'을 키워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환경이 그렇다.
3개월 넘게 지루하게 전개됐던 윤석민(28·KIA)의 이적 스토리가 결론에 도달했다. 행선지는 예상대로 볼티모어다. 미국 CBS스포츠를 비롯한 복수의 현지매체는 13일(한국시간) '신체검사를 남겨놓고 있지만 윤석민이 계약기간 3년에 총액 575만 달러(61억1000만원)를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는 없다.
하지만 볼티모어 홈 구장인 캠든야즈 마운드를 밟은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8명 있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사하는 부분이 작지 않다.
◇한국인 투수들에게 재앙, 캠든야즈
지난해 4월 캠든야즈를 처음 방문했던 류현진(27·LA 다저스)은 당시 홈런을 2개 허용하는 등 6이닝 5실점하며 부진했다.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역대 한국인 투수 중 캠든야즈에서의 가장 많은 등판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김병현(35·현 넥센)이다. 하지만 역시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김병현은 5경기 등판해 9⅔이닝 동안 12실점(8자책점)하며 평균자책점이 7.45에 머물렀다. 홈런도 2개나 허용했고, 장기인 탈삼진은 3개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서재응(37·KIA)도 마찬가지다. 통산 1경기에 나와 3이닝 6피안타 5실점(5자책)하며 무너졌다. 백차승(34)도 1경기 등판 기록이 있지만 1이닝 2피안타 3실점(3자책)으로 좋지 못했다. 서재응은 1개, 백차승은 2개의 홈런을 내주며 경기를 힘겹게 풀어 나갔다.
볼티모어와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인 보스턴에서 잠시 뛰었던 조진호(39)도 캠든야즈에서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7실점(7자책점)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김선우(37·LG)는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86(7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안타를 10개나 허용하며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한국인 투수 중 박찬호(41)만 유일하게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1이닝 밖에 투구하지 않았다.
◇왜 어려운 곳인가
캠든야즈는 지난해 홈런에 대한 파크 팩터(PF·Park Factor)가 30개 구장 중 4위였다. 그만큼 홈런이 많이 나왔다. 아메리칸리그에선 2위였다. 야간경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캠든야즈지만 구조상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기 딱 좋은 환경이다.
무엇보다 101m인 왼쪽펜스에 비해 오른쪽펜스가 97m로 짧다. 때문에 왼손타자들을 주의해야한다. 지난해 홈런왕 크리스 데이비스(28)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스타인 닉 마카키스(31)와 준족 네이트 맥크라우스(33) 등 왼손타자가 볼티모어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캠든야즈에서 경기를 주로 하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라이벌팀들이 선발 라인업에 왼손타자를 중점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구장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왜 볼티모어일까
볼티모어는 미네소타와 더불어 꾸준하게 윤석민 영입을 추진한 구단이다. 무엇보다 전력 보강이 절실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발 스캇 펠드먼(31·휴스턴)과 제이슨 하멜(32·시카고 컵스)이 팀을 떠났다. 여기에 백전노장 프레디 가르시아(38)도 애틀랜타로 옷을 갈아입었다. 불펜에서도 마무리 짐 존슨(31·오클랜드)이 이적하면서 선발과 불펜에서 동시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크리스 틸먼(26)밖에 없다.
야심차게 영입을 시도했던 불펜투수 그랜트 발포어(37·탬파베이)는 계약 완료 직전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돼 영입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남아 있던 어빈 산타나(32·전 캔자스시티)를 노렸지만 위험부담이 컸다. 전 소속구단으로부터 1년 단기 계약을 의미하는 퀄리파잉오퍼를 받은 산타나와 계약하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줘야 했다. 몸값도 비쌌다. 결국 선발과 불펜 경험이 모두 있고, 계약 총액도 비교적 저렴한 윤석민이 레이더에 걸렸다.
◇아시아에 관심있는 BAL
여기에 볼티모어는 아시아 시장에 우호적이다. 대만 출신의 천웨인(29)이 뛰고 있고, 최근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지만 일본인 투수 와다 츠요시(33)도 몸담았던 구단이다.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 2011년 겨울에는 SK에서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투수 정대현(36·롯데)과 계약 후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돼 입단이 무산됐고, 2012년에는 불발에 그쳤지만 고교 유망주 김성민(20)의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손혁(41·MBC SPORTS+ 해설위원)이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노포크)에서 1년을 뛰었다.
여기에 듀켓 부사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른바 '지한파'로 분류되는 대표적 인물이다. 보스턴 단장 시절 이상훈(43·고양 원더스 코치)과 김선우·송승준(33·롯데)·채태인(32·삼성) 등을 영입했던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