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하는 경호실장 함봉수 역을 맡아 열연한 장현성. SBS 제공
최근 각 방송사 드라마에서 '명품조연'들이 주연만큼 돋보이는 활약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SBS '쓰리데이즈'의 장현성과 강성진, KBS 2TV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에 출연한 김갑수·손병호·김병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분량을 떠나서 주연배우들을 압도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냈다.
주연급으로 나선 두어명의 스타들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던 드라마 제작진들도 여러 조연 캐릭터를 내세우며 다양한 재미를 주려 노력중이다. 실제로 촬영준비에 들어간 신작 중에도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조연으로 캐스팅된 케이스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여러 캐릭터들이 고루 분량을 나눠갖는 주말극이 연기 잘하고 주목도 높은 조연급 배우들을 두루 캐스팅하는건 흔한 일.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미니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어 '드라마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성진·손여은·장현성 최고의 존재감 극찬
장현성은 최근 드라마에서 조연급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중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하는 경호실장 함봉수 역을 맡아 박유천과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박유천이 쏜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했지만 이후에도 회상신을 통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을 연기하고 있는 손현주의 역할이 부각되기 전 박유천과 맞서며 드라마의 초반부 인기를 견인했다. 향후 윤제문의 활약도 차츰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BS 월화극 '신의 선물-19일'은 아예 존재감 넘치는 조연배우들로 드라마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강성진이다. 연쇄살인범 봉섭을 연기하며 소름끼치는 연기로 호평을 끌어냈다. 이보영과 추격전을 펼치고 몸싸움까지 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살인사건 조사과정에서 보여준 살기 넘치는 눈빛과 실소를 머금고있던 표정연기는 '신의 선물' 팬층에서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문구점 아저씨 역의 오태경도 주목할만하다. 극중 강성진의 죽음후 극에 힘을 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25일 방송분에서 두드러진 캐릭터는 김진희다. 이보영의 방송국 후배 주민아를 연기하고 있다. 최근 이보영의 남편 김태우와의 불륜관계까지 밝혀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 한선화도 극중 조승우가 이끄는 흥신소 직원으로 출연중이다.
KBS 2TV 수목극 '감격시대'의 조연배우들도 빼놓을수 없다. 주연배우 김현중의 아버지 역할로 최재성이 등장했고, 일국회의 회주 덴카이 역을 김갑수가 맡아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손병호는 김현중의 첫번째 스승 최포수를 연기했다. 도비패 대장 황봉식 역의 양익준과 풍차 역할의 조달환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었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파리노인을 연기하고 있는 박철민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상속자들'로 주목받았던 임주은은 지난 17일 MBC 월화극 '기황후'에 첫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겉으로는 정숙하고 순진한 척하며 악녀본색을 숨기고 사는 바얀 후트크 역을 맡았다. 순진한 표정으로 독한 말을 내뱉고 서슴없이 악한 행동을 하는 팜므파탈이다. 종영까지 11회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 막판 투입돼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30일 종영되는 SBS 주말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도 만만치않는 조연배우 때문에 화제가 됐던 드라마다. 여러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드라마 방영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건 임실댁을 연기한 허진과 채린 역의 손여은이다. 과거 연기파 배우로 꼽혔다가 오랜동안 활동을 쉬었던 허진은 '세결녀' 출연을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눈치보지 않고 시니컬하게 자기주장을 늘어놓는 임실댁을 연기하며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를 멋지게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손여은 역시 유복한 집에서 자라 제멋대로인 채린 역을 맡아 '연기를 맛깔스럽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JTBC 월화극 '밀회'도 마찬가지다. 김희애와 유아인 등 두 주연배우 외에도 심혜진과 김혜은·박혁권·김창완 등 조연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골든크로스' 등 신작도 명품조연 대거 출연, "드라마 캐스팅 분위기 바뀌었다"
인지도 높은 조연배우 모셔가기 열풍은 신작에도 이어지고 있다. '감격시대' 후속작 '골든크로스'의 캐스팅 명단이 특히 눈에 띈다. 한은정·김강우·이시영이 주연급으로 나서고 엄기준·정보석·이호재·정애리·김규철·정원중·박원상·조희봉·기주봉·이아현 등의 배우들이 뒤를 받친다. 주연배우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되 인지도와 실력을 두루 갖춘 배우들을 한꺼번에 내세워 눈을 뗄수 없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주말극이 아닌 미니시리즈에 인지도높은 실력파 배우들을 한꺼번에 모으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연급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여러편의 작품에 출연한다. 시간을 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제작진 입장에선 이들의 높은 출연료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망설여질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잘 알려진 베테랑급 배우들에게 조연 캐릭터를 맡기면 그만큼 드라마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만에 하나 주연배우의 극중 매력이 떨어져 문제가 될 경우에도 멋진 조연에게 무게중심을 실어 드라마를 살려낼수 있다"고 말했다.
'골든크로스'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윤고운 PD도 "인지도 높은 명품 배우들을 한번에 캐스팅하느라 애를 먹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캐스팅이 성사됨으로써 우리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더 멋지게 표현해낼수 있게 됐다"고 '멀티급' 캐스팅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드라마의 완성도가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미드'(미국드라마)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거처럼 주인공 한두명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게 쉽진 않다. 시청자들이 더 다양한 재미를 원하는만큼 한 편의 드라마에도 주목할만한 캐릭터의 숫자가 많아질수 밖에 없다. '명품조연'이라 불리는 실력파 배우들이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