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모바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카톡 서비스사인 카카오가 파트너사가 해오던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인 '선물하기'를 직접하기로 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카카오는 또 중소업체들의 모바일 결제 사업에도 진출을 선언해 '슈퍼 갑' 카카오톡이 인터넷 포털 네이버처럼 모바일의 돈되는 시장을 독식하는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물하기' 협력사 배제하고 독자 사업
카카오는 이달말부터 종료되는 '선물하기'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들이 하던 선물하기 운영을 외부 용역사인 쿠프마케팅에게 맡기기로 했다.
선물하기는 카톡 친구들끼리 저가의 커피나 케익부터 고가의 TV까지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SK플래닛(기프티콘)·KT엠하우스(기프티쇼)·CJ E&M(쿠투)·윈큐브마케팅(기프팅) 4개사가 해왔다. 2010년 12월 처음 시작할 때는 4000원짜리 커피 등 저가 상품들이 팔리던 것이 3년이 지난 지금은 100만원이 넘는 보석세트까지 팔릴 정도로 성장, 카톡의 주요한 수익모델로 떠올랐다.
이에 힘입어 모바일 상품권 시장도 급성장했다. 2006년 말 500억원 규모에서 지금은 5000억원으로 10배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 대상으로 하는 B2C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3500억원 정도로 이 시장의 90% 가량을 카카오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큰 손이 된 카카오가 선물하기를 직접 하기로 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가 초반에는 업체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더니 이제와서는 시장을 독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카카오는 판매 플랫폼 제공 대가로 받던 5%의 수수료 이상을 벌게 되면서 수익구조를 대폭 개선하게 된다.
반면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윈큐브마케팅은 직원 30명 가량의 소기업으로 매출의 90% 이상을 카톡에 의존하고 있어 위기를 맞았다. 또 이들 협력사들과 함께 일하던 30여개의 중소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 모바일 상품권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가 선물하기를 직접 하게 되면 4개 협력사 뿐 아니라 이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던 30여개 중소 유통업체의 300명이 넘는 임직원들도 일 자리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카톡만 보고 사업을 해왔는데 갑자기 그만하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도 했다.
모바일 결제 사업에 중소업체 우려
카카오의 모바일 결제 사업 진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카카오는 시중은행들과 제휴를 맺어 선불 방식으로 충전한 금액을 카톡 친구들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조사비, 모임에 필요한 회비 등을 메신저 상에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에 청첩장을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고, 불참시 축의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소 업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전 국민의 절반이 넘는 3500만명을 가입자로 갖고 있는 카톡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어서다. 모바일 소액결제 시스템을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한 한 중소업체는 아예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카톡 이용자의 편의성을 내세웠다.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직접하는 것이나 모바일 결제 사업을 하는 것은 이용자를 위한 것일 뿐 별 다른 의도는 없다는 것. 카카오 관계자는 "4개 업체가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하다보니 환불 등의 절차가 까다로워 소비자 불편이 많았다"며 "여기에 미래창조과학부도 올 상반기까지 환불 절차를 간소화하라는 가이드라인를 권고해 직접 서비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시중은행이 하고 우리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이라며 "모바일 골목상권 침해와는 맞지 않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용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카톡이라는 대형 플랫폼을 앞세워 중소 업체들을 옥 죄고 있다"며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을 높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