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NC는 잠실 LG전에서 12-11로 이겼다. 동점과 역전을 거듭한 승부가 이어졌고, 점수가 많이 났던 탓에 이 경기의 승리 투수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6회말 등판해 3이닝 동안 6피안타 2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한 NC의 네 번째 투수 원종현이었다. 기록만 보면 그다지 내세울 것 없지만, 원종현에게 의미는 남다르다.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뒤 4번째 경기 만에 따낸 첫승이었다.
그는 무명 투수다. 하지만 한때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팀의 미래'였다. 원종현은 군산상고 시절 차우찬(27·삼성)과 함께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LG는 2차 2라운드(전체 11번)의 높은 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하지만 신인 투수에게 기회가 쉽게 돌아오진 않았다. 2군에서 2년을 보낸 원종현은 2008년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2010년 팀에 돌아왔지만,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끝내 방출되고 말았다. 팔꿈치 수술 뒤 1년 반정도 재활을 하며 몸을 만들던 그는 구동우 당시 NC 스카우트(현 코치)의 도움으로 트라이아웃을 통해 2011년 11월 NC에 입단했다. 굴곡진 길을 걸어왔고 묻어둔 사연도 많을 법하지만, 그는 "잘 못하고,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NC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모험의 장이었다. 원종현은 우선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오버핸드스로 투수였던 그는 최일언 NC 투수 코치의 조언을 듣고 팔을 내렸다.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 정도인 스리쿼터 형태였다. 원종현은 "팔을 내리니 공의 회전이 많아지면서 구속이 빨라졌다"며 "팔 각도는 완벽하게 적응이 됐다"고 했다. 원래 시속 140km대 초중반을 던지던 그는 지금 시속 150km대까지 구속이 올랐다.
김경문 NC 감독은 평소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올 시즌 원종현은 NC의 중간 계투로 승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원종현은 평소 말수가 적단다. 표정도 무뚝뚝하고, 잘 웃지 않는다. 12일 만난 그는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1군 마운드에서 승리 투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꿈을 키웠던 그 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원종현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언제나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