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넥센은 왜 ‘우타 라인업’을 들고 나왔을까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17일 잠실 LG전에서 '파격 라인업'을 선보였다. 타선을 2번부터 9번까지 모두 오른손 타자로 구성했다.
염경엽 감독은 전날인 16일 경기를 앞두고 "17일 경기에서 우타자로만 라인업을 짜겠다"고 했다. 다음날 LG의 선발 투수로 왼손 임지섭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17일 경기 전 염 감독은 "김민성이 가벼운 부상이 있어 서건창을 1번 타자에 넣은 것을 빼고 다 오른손 타자를 배치했다"고 했다. 염 감독이 말한 대로 타선 전체가 오른손 타자는 아니었지만, 파격적인 라인업 구성임에는 틀림없다. 염 감독은 "작년에 우리가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약했다"며 "세든(전 SK), 레이예스(SK), 유희관(두산), 유먼(롯데) 등만 나오면 타선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넥센 타자들은 왼손 투수에게 약했을까.
올 시즌 넥센 타자들의 왼손 투수 상대 기록만 보면 염 감독의 말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넥센 타선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06을 기록했다. 반면 오른손 투수에게는 0.283이었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오히려 더 잘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크지 않지만, 왼손 투수를 상대(타율 0.277)로 오른손 투수(타율 0.270)보다 타율이 높았다. 또 염 감독이 지목했던 왼손 투수들 역시 넥센 상대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유먼은 넥센전에서 2승1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23이었다. 세든과 레이에스 등도 5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결국 이날 가동한 '우타 라인업'은 타선의 상대성을 염두에 둔 배치보다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염 감독의 전략적 카드일 가능성이 높았다. LG 선발 투수는 '신인' 임지섭(19)이었다. 임지섭은 올 시즌 두 번 등판했고, 지난달 30일 두산전 이후 18일 만에 선발로 등판했다. 선발 경험이 부족한 신인 투수에게 부담을 느끼게해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었다.
넥센은 지난달 8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도 1번 서건창을 제외한 나머지 타선에 전부 오른손 타자를 넣은 적이 있다. 당시 두산 선발은 좌완 유희관이었다. 이 경기에서 넥센은 유희관을 상대로 4점을 뽑아내며 10-3으로 대승을 거뒀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 넥센을 상대로 1승 1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특히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상대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든 경험이 있다.
넥센은 7연승을 달리고 있다. 또 17일 경기 후 나흘간 휴식기를 갖는다. 이런 이유로 승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지난 시즌 경험을 토대로 염 감독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경기에서 그동안 구상한 전술을 실험해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휴식기를 앞두고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오른손 타자 오윤, 윤석민 등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주면서 타선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넥센은 1회초 공격에서 제구가 흔들린 임지섭을 상대로 선제점을 뽑하내며 효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하지만 경기는 1-2로 뒤진 넥센의 2회초 공격 중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며 '파격 라인업'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잠실=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