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에 방송계 월드컵 특수가 실종됐다. 광고시장 규모가 최소 800억~최대 1000억원에 이를것이란 전망도 쑥 들어갔다.
지난 1일 KBS·MBC 측 광고판매를 담당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와 SBS의 광고 판매대행사인 미디어 크리에이트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팀 예선전 및 타국 주요경기 등과 연계된 월드컵 광고 판매는 시작은 커녕 개시일자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 크리에이트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광고주들 중에서도 아직 구입 확정 의사를 밝히는 곳이 없다"며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에 어떤 전략을 외부로 말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아직 기업체를 상대로 한 광고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도 "세월호 사고로 광고주 관련 설명회 일정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5월 중순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불확실하다"고 털어놓았다.
예전 같으면 이미 브라운관을 점령했을 월드컵 관련 CF들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0년에는 3~4월부터 이미 여러 브랜드가 월드컵 스타들을 내세워 광고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당시 양대 통신사가 황선홍·유상철·최진철·김태영 등 '황선홍 밴드'와 김장훈·싸이의 '울려줘 다시 한 번' CF로 맞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의 여파로 남북한 대표 박지성·정대세가 동반 촬영한 CF는 취소됐지만, 여전히 월드컵 광고 열기는 뜨거웠다.
반면 현재 브라운관에서는 광고 마지막에 월드컵 후원사를 강조하는 장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공식 FIFA파트너인 코카콜라와 현대기아차 등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국 코카콜라 관계자는 "월드컵을 컨셉트로 한 광고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시점은 알 수 없다. 사회 분위기상 각종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로 분위기를 띄우기 어렵다"며 "3월부터 진행하던 현지 응원단 모집 행사만 조용히 진행하는 중이고, 그 외 계획은 모두 연기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브라질 월드컵 공식 맥주 스폰서가 된 오비맥주의 카스는 내보내던 광고마저 중단했다. 3월 말부터 2주 정도 내보내던 카스 CF가 세월호 침몰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 때문. 배우 지창욱이 잔을 기울이면서 세상이 함께 기울어지는 특수효과 때문에 결국 재방영은 커녕 폐기처리됐다.
올해 초부터 달아올랐던 방송국들의 월드컵을 둘러싼 경쟁도 올스톱 상태다. 앞서 3사는 각각 조우종·이영표·김남일(KBS), 김성주·안정환·송종국(MBC), 차범근·배성재 (SBS) 등 화려한 해설진을 내세우며 분위기를 띄웠다. '아빠! 어디가?' '우리동네 예체능' 등을 통해 해설진을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시키며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까지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이후 월드컵 특집 아이템은 모두 사라졌다. MBC '무한도전', SBS '힐링캠프' 등의 브라질 원정 여부도 불확실하다. 각자 해설진을 내세운 월드컵 스팟광고도 자취를 감췄다. MBC 홍보팀 한임경 차장은 "월드컵 해설진을 내세운 스팟광고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내세우고 있어 더더욱 내보낼 수 없었다. 언제쯤 다시 내보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KBS 백정현 스포츠제작팀장은 "올해 초만 해도 지난 남아공 월드컵(700~800억) 때 보다 커진 800억~1000억원 대의 월드컵 광고시장 규모를 예측했다. 지금은 상당히 비관적"이라며 "광고 단가를 따지기 전에 광고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관계자는 "연휴가 끝나고 홍명보호가 본선 명단을 발표하는 9일 이후가 되면, 조금씩 관련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