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성모(37). 그는 요즘 화제의 검색어다. 13년 만에 연 '판도라의 상자', 바로 초록매실 광고 패러디로 관심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광고는 ‘발라드의 왕자’로 불리던 조성모에게 ‘조매실’이란 조롱 섞인 별칭을 안겼던 별로 달갑지 않은 추억이었다. 한때 초록매실 관련 질문만 받아도 낯을 붉힐 정도로 민감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tvN 'SNL코리아'에서 광고 패러디를 하며 ‘조매실’과 화해했다. 조성모가 던진 이미지 전복에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검색어를 장악하더니, 초록매실 CF 광고계약까지 따냈다. 그를 괴롭혔던 ‘안티’이미지와 화해하며 오히려 길을 찾은 셈.
음반만 냈다 하면 100만장을 쉽게 팔아 치우던 밀리언셀러에서 잊혀진 가수,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전성기. 멀고 먼 길을 돌아 다시 '깨물어 주고 싶은' 가수로 돌아온 조성모와 20세기 추억 여행을 떠난다.
▶#1. 플로리스트를 꿈꾼 '소년 조성모'
가수 활동을 하면서 여러 번 온냉탕을 오갔지만, 데뷔 전 그의 삶은 꽤 평탄했다. 굳이 '특이사항'을 꼽자면 감수성이 풍부했고, 꽃을 선물하는 게 즐거워 고등학교 때부터 플로리스트의 꿈을 키웠다는 점이다.
-어린시절 이야기가 궁금해요.
"태어나서부터 아주 어렸을 때 까진 할머니 손에 컸어요. 한 마디로 에드워드 왕자였죠. (웃음) 할머니가 절 많이 예뻐하셨고 그땐 부족함 없이 컸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은 아주 평범했던 것 같아요."
-가수의 꿈을 키운 건 언제부터였나요.
"가수가 꿈은 아니었어요.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건 취미로 좋아했어요. 사실 고등학교 땐 플로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미스터 플라워'라는 영화를 보고 플로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됐죠. 당시엔 플로리스트라는 말도 없었는데 전 그 단어를 알고 있었어요. 꽃을 받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행복한 표정을 짓잖아요. 저도 그런 기쁨을 주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꿈을 이루진 못 했지만 요즘 취미로 1~2주일에 한 번씩 플라워 레슨을 받고 있어요. 저를 위한 힐링타임이에요."
▶#2. 1998년,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 최정상에 우뚝
1997년엔 IMF로 집안 사정이 안 좋았다. 하지만 힘든 것도 잠시 1998년, 그에겐 엄청난 행운이 왔다. 당시 지엠기획 김광수 사장을 만나 데뷔곡 '투 헤븐'을 선보이자마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병헌·김하늘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뮤직비디오와 '얼굴 없는 가수'라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잭팟을 터뜨렸다. 이후 5집까지 그의 상승세는 거침없었다.
-1998년은 절대 잊지 못 할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잖아요. 어쩌면 다신 오지 않을 그런 꿈같은 추억이죠.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해서 막연히 내 이름으로 된 앨범 한 장만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앨범이 대박 날 줄 몰랐던 거죠. 말도 안되는 엄청난 인기에 사실 당황스러웠어요.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싹쓸이했을 땐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신비주의 가수 1호 아닌가요. '얼굴 없는 가수'라는 마케팅이 신선했어요.
"신비주의로 밀고 나가다가 같은 해 10월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렸죠. 공중파 첫 무대였어요. 얼굴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니깐 방송 전까지 계속 불안했어요.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었죠."
-그 이후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했던 것 같아요. TV만 켜면 나왔으니깐요.
"그 땐 하루에 7~8개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그땐 어리기도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또 단순히 '뮤직비디오 좋더라' '노래 좋다' '노래도 얼굴도 참 괜찮은 것 같다' 등 칭찬만 들어도 힘이 났어요. 근데 어느 순간 한계가 오더라고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컸는데 쉬지 않고 일하니깐 과부하가 온거죠. 음악방송, 각종 행사, 전국 투어 콘서트, 예능 프로그램 등 너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4년 간 딱 2박3일 쉬었어요. 광고도 20편 넘게 찍었죠. 게다가 앨범 활동을 하면서 다음 앨범을 준비했기 때문에 쉴 틈이 없었어요."
-인기를 제대로 느껴볼 여유 조차 없었겠군요.
"정말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빛나는 순간에 너무 누리지 못하고 지나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거죠."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그렇진 않아요. 너무 바빴고 힘들었어요. 행복하고 감사한 추억이지만 다시 되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또 그 땐 IMF 때문에 모든 가정들이 다 힘들었잖아요. 우리집도 너무 위기에 처해있을 때라 돈을 버는대로 집에 가져가기 바빴어요. 그 힘든 걸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