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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러시아 이주 150년 만에 모국 땅을 밟는 독립군 후손들
지난 18일,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주최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 동포 124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고국 땅을 밟았다. 방문단에는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한 최재형 선생의 증손자인 쇼루코프 알렉산드르 씨(43)와 아들(13)이 포함됐다. 또 항일운동가 박밀양 선생의 조카 김리마(81)여사, 김경천 선생의 후손 샤라피예프 에밀(16)이 찾았다.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이광길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의 축사가 있었다. 정성호, 김회선, 강석호, 윤명희 의원도 함께해 모국을 찾은 고려인들을 반겼다.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이광길 회장은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이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뒤 극장 수위로 일하다 쓸쓸히 삶을 마감하고 그 후손들은 조국을 방문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실이 무척 안타까웠다”며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55만의 고려인 동포들이 현지에서 자립하면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고려인 동포들과의 교류, 협력과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할 것”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은 700만 해외동포들 중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려인 한민족네트워크 형성은 우리 세대의 역사적 과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전역에 계시는 55만 동포를 대표해 모국을 찾아준 방문단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 한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과 평화, 경제적 번영은 여러분들의 조상 덕분”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손잡고 고려인 동포 사회의 발전과 고려인이 사는 나라와 우리나라가 협력을 강화하도록 뒷받침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며 고려인 동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행사는 환영 만찬으로 이어졌다. 쇼루코프 알렉산드르(43)씨는 “아버지의 조국을 방문하게 돼 영광이다. 모국인 한국을 알려주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왔다”며 “오래 전 할머니로부터 선조의 애기를 들었을 때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리마 여사는 박밀양 선생의 생전 사진과 기록 등을 보여주며 취재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여사는 현지에서 대학교수를 일하다, 지난 1988년도에 은퇴했다. 김 여사의 삼촌과 부친은 스탈린 정권이 ‘일본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총살당했다.
고려인돕기운동 본부는 지난 1999년부터 고려인들과 자매결연을 맺은 후 러시아 연해주에 문화원을 설립했으며,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는 유치원을 세웠다. 또 2001년도에는 ‘고려인 문화의 날’을 지정하는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동포들을 위한 자원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려인 모국 방문단은 오는 29일까지 11일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안중근 기념관, 경복궁, 강원 평창 2018 겨울올림픽 경기장 등을 둘러본다. 광주 고려인마을을 방문하고 자신들의 전통문화공연도 선보인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