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브라질 월드컵이 중반을 넘어갑니다. 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이구아수의 한국 취재진 100여 명도 최종전 벨기에와 경기가 열릴 상파울루로 떠날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열흘 넘게 매일 봤던 브라질 기자들이 제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네요. 아마도 우리가 ‘다시 이구아수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고 예단하는 것 같아 문득 서운한 맘이 드네요.
월드컵 기간동안 이구아수에 가장 분주하게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우리 교민들입니다. 이구아수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인 40여 명의 교민들은 생업도 마다하고, 대표팀을 비롯해 100여 명의 한국 취재단까지 정성스럽게 챙기고 있습니다.
저희 중계단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피터 리씨는 이민 27년차입니다. 26년 전, 그는 아버지를 따라 파라과이에 이민을 와 자라서 무역업에 종사하며 현지에서 '이 사장'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을 맞아 그는 한달동안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고 가이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하루 3-4시간의 쪽잠만 자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지만 피터 씨는 힘든 상황에서 여러 일에 발벗고 나서 돕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대표팀의 결과에 아쉬움을 내비칩니다. ‘조금 더 오래 브라질에 있었으면…’ 하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교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라과이에서 전자제품 관련사업을 하다가 위성장비 관련 업무를 돕고 있는 이기환 씨, '한국 음식 생각나면 언제든 오라'며 맛나는 두부김치, 콩나물밥, 김치꽁치찌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쥴리 언니, 전체 비행 스케쥴을 조율하느라 지금 이 시간에도 수저를 들지 못하고 있는 가이드 박윤서 씨의 마음도 모두 똑같습니다. 바로 기적 말입니다.
대표팀이 묵고 있는 부르본 호텔은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이구아수 최대의 응원장으로 변합니다. 지난 23일 열린 알제리와 2차전에는 1차전 러시아전에 비해 3배나 많은 우리 교민들이 모여 응원을 펼쳤습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교민들은 고국에서 온 대표팀과 선수들을 묵묵히 도우며 끝까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도 그런 교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다시 뛰려 합니다. 작은 희망의 불씨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그대들에게, 우리의 응원이 모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