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삼성이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의 외야수 이용욱(26)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용욱은 원더스가 배출한 21번째 프로 선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넥센 안태영(29)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지난 2012년 8월 원더스 선수로는 네 번째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용욱과는 친분이 없지만 '원더스'에서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했을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안태영은 "기분 좋다. 어렵게 운동을 했을 것이다. 원더스에서 1군에 가는 게 굉장한 일이지 않나"라며 웃음지었다.
'후배'의 프로행 소식에 안태영도 자신이 넥센 유니폼을 입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프로에 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걸 안다. 정말 간절했던 것 같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도 했고, 1군에서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원더스 선수들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원더스 출신 선수 중 1군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했다. 그는 지난해 12경기에 나와 타율 0.353(34타수 12안타) 1홈런 3타점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21경기 타율 0.294(34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27일에 1군에 등록된 지 한 달 넘게 1군 생활도 꾸준히 하고 있다.
늘 열심히인 그지만,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있다. 원더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가 느끼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안태영은 "내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여기서 더 잘해야 원더스 친구들이 희망을 가지지 않겠나. (원더스에 가기 전) 야구를 오래 쉬었던 사람도, 1군 선수가 되는 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안태영은 오랜 시간 야구를 떠나있었다. 2004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2차 7라운드 전체 52번)했지만 2005년 말 방출 통보를 받았다. 프로 재입단에 실패하며 헬스 트레이너와 사회인 야구 코치, 심판으로 일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한 그는 2011년 12월 고양원더스가 창단하며 트라이 아웃을 통해 원더스에 입단했다. 6년간 야구를 놓아야만 했던 그가 1군에서 뛰는 모습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는 큰 의미를 준다.
자신이 몸 담았던 고양 원더스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안태영은 "지금도 원더스 소식을 챙겨본다. 경기 결과도 확인하고, 누가 잘 하고 있는지도 찾아본다"며 "후배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은데 아직 여의치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다"며 아쉬워했다. 대신 1군에서의 더 좋은 활약으로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다. 자신을 택한 '팀'을 위해서도 그렇다. 안태영은 "내가 잘하면 팀에도 좋은 게 아닌가. 잘해서 보탬이 되고 싶다"며 "지난해에는 수비는 나간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수비도 가끔씩 나가고 있어서 자신감이 더 붙는 것 같다. 작년에는 조급함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묵묵히 준비를 하고 있다가 팀이 필요할 때 내 역할을 잘 하고 싶다. 원더스 친구들도 나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