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첫 방송된 JTBC 월화극 '유나의 거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소설가 이외수는 지난달 30일 방송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TV 연속극은 '유나의 거리' 하나밖에 안 본다. 재미있다. 사랑 따위로 위로가 안 될만큼 외로운 날들의 이야기'라고 극찬했다.
스타작가 김수현도 '유나앓이'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개인 홈페이지에 '요즘 '유나의 거리'를 본다.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시작이 나는 찬탄스럽고 진정으로 부럽다. ('유나의 거리'를 집필 중인 김운경 작가와) 동업자인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남겼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그들은 왜 '유나의 거리'에 푹 빠졌을까.
▶막장코드 배제한 담백한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전직 소매치기범인 김옥빈(강유나)을 중심으로 직업·성별·성격까지 천차만별인 개성 만점 다세대주택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문식(한만복)·안내상(봉달호)·김희정(홍여사)·오나라(박양순) 등 '명불허전' 감초 연기자들이 탄탄하게 줄거리의 뼈대를 잡는다.
눈살을 찌푸리는 캐릭터도 없다. 윤다훈(정사장)이 서유정(김미선)의 내연남으로 등장하지만 작가는 이를 무겁게 풀어내지 않는다. 윤다훈 특유의 개그 코드로 캐릭터를 해석해낸다.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소매치기'라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내는 장치로 절묘하게 이용한다. 김수현 작가는 '억지로 웃기려고 나대지도 않고, 그렇게 쓰지도 않는데, 한 마디씩 오가는 말들이 정말 맛있게 재미있어 나를 웃게 만들어준다'며 '웃으면서 짠하게 하는 그의 깊고 품위있는 작품(유나의 거리)이 요즘 이 노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유나의 거리'는 자극적인 소재가 거의 없는 담백한 드라마다. 요즘 드라마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이나 악녀, 기억 상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롯한 막장장치가 최대한 배제됐다.
▶감독과 작가의 탄탄한 호흡
MBC '짝패'(2011) 이후 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임태우 PD와 김운경 작가의 '케미'도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김운경 작가의 섬세함이 대단하다. 김 작가는 앞서 '한지붕 세가족'(1988), '파랑새는 있다'(1997) 등에서 소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특히 한석규가 제비족으로 출연한 '서울의 달'(1994)에서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 최소 시청률 48.7%라는 대박을 쳤다. 임태우 PD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웃음과 해학을 찾아낼 줄 아는 분"이라며 "작가님의 의심할 바 없는 필력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크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결국 최근 봇물을 이루는 판에 박힌 드라마 소재와 다른 내용, 그리고 감독과 작가의 '합'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에 힘 입어 지난 1일 방송된 13회분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2.262%(닐슨코리아·유료방송기구 기준)를 기록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서민의 이야기를 굉장히 문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캐릭터는 물론 대사의 맛도 살아있다. 서민의 낮은 시선이 느껴진다. 드라마의 사라져가는 가치를 다룬 작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