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영명(30)은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팀에서 나도 이제 어린 선수도 아니고, 중고참급이다. 코칭스태프 쪽에서 내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스스로 책임감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책임감은 마운드 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안영명은 올 시즌 23경기 출장해 2승5패 1세이브 4홀드·평균자책점 5.18을 기록 중이다. 불펜 필승조로 합류한 최근 성적은 상당히 좋다. 안영명은 7월에 11경기 출전해 1승1패 4홀드·평균자책점 2.12를 올리고 있다. 안영명의 위력투에 힘입어 팀은 이번 달에 8승9패를 올리고 승률 5할에 근접해있다.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는 "안영명이 시즌 초반에는 마운드에서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제는 자신있게 직구를 보여주고 시작한다. 투수의 본질인 직구를 잘 활용하고 있다"면서 "박정진·윤규진과 함께 투수조 고참으로서 남들보다 일찍 훈련하러 나오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안영명의 볼 끝이 상당히 좋아졌다. 직구 힘이 좋다"면서 "한화는 마운드 사정이 안좋은 팀인데, 안영명 같은 투수가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고 엄지를 체켜 세웠다.
하지만 근래 그를 둘러싼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안영명은 7월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탓에 유독 등판 횟수도 많고, 등판 간격도 좁다. 그는 7월의 11경기에서 17이닝을 소화했으며, 2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5경기다. 연투도 있었다. '마당쇠'란 표현이 어울릴만큼 쉴새 없이 마운드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안명은 "주위에서 체력적인 걱정을 하는데 크게 문제 없다. 평소에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 밸런스가 좋다. 잦은 등판에도 볼 끝에 힘이 있는 이유"라면서 "등판 전에 불펜에서 30개씩 던지며 몸을 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나는 15개 내외만 던져도 빨리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도 체력 비축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3년의 한화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화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예전과 비교해 구속은 느려졌지만, 경기 운영 능력과 노련함은 되려 좋아졌다는 평가다.
안영명은 "힘이나 지구력 면에서 한창때와 비교해서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정신 상태나 마음가짐은 되려 더 좋아졌다.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도 생겼다"면서 "경기에 못 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지금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겠다. 혹사라고는 생각 않는다. 그저 보직이 어떻든 간에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