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왼손 투수 함덕주(20)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제 공을 뿌릴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함덕주가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팀이 6-1로 앞선 7회 1사 1·3루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선두 삼성의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중심타선. 그러나 그는 주눅 들지 않았다. 채태인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후속 최형우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더 이상의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8회에는 선두타자 이승엽을 상대로 공 3개 만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원호 XTM 해설위원은 "어린 투수가 국민타자라 불리는 이승엽 앞에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이후 그는 정재훈과 교체됐다.
이날 그의 기록은 1이닝 무실점으로 지난 19일 SK전 이후 벌서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경기 후 송일수 두산 감독은 "잘 던져준 함덕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함덕주는 8월에 들어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7월에 9경기 등판해 1승 9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8월에 들어 8경기에서 승패없이 방어율 1.23을 자랑하고 있다. 시즌 후반기 들어 불펜진의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임무도 바뀌고 있다. 올해 1군 등록 때만 하더라도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등판했던 그는 추격조에서 이제는 팀이 이기는 경우에 등판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만큼 벤치가 그에게 믿음을 갖는다는 얘기다.
한덕주는 원주중과 원주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3순위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했다. 왼손 자원이 많지 않은 두산으로서는 함덕주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그의 왼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기대는 기다림이 됐다.
이후 재활에 매진한 그는 몸 상태가 좋아져 지난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여기서 같은 왼손 투수 출신인 가득염 2군 투수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함덕주는 "코치님께서 공을 던지는 방법이나,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투구시 팔이 부드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가득염 코치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과 살을 찌운 것도 구위 향상에 도움이 됐다.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70kg초반에 달했던 그의 체중은 1년 사이에 9kg가량 증가해 80kg을 넘나들었다. 늘어난 체중과 함께 구속도 늘었다. 이제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온다. 왼손 투수가 뿌리는 140km 후반대 공은 오른손 투수로 생각해보면 150km정도 되는 것이다.
송 감독은 "현재 불펜 투수 가운데 함덕주의 공이 가장 좋다. 왼손 투수인 만큼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기대가 된다"면서 "올해는 힘들겠지만, 장래성을 감안해 선발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함덕주는 "지금처럼 팀에 꾸준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