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병역혜택, 선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돼



한국축구는 최근 연령별 대회에서 2년 주기로 잇따라 쾌거를 올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이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동메달은 한국축구 사상 최초, 아시안게임 우승은 1986년 이후 28년 만이다. 종합대회에서 축구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위상을 드높였다. 참가 선수들은 명예와 함께 두둑한 실리도 챙겼다. 바로 '병역혜택'이다.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이면 병역이 면제된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챙기게 됐다. 이들은 4주 간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상무나 경찰축구단에서 2년 간 뛸 필요가 없다. 소속 팀에서 받던 연봉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손해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앞으로 유럽 진출을 목표로하는 선수라면 기대 효과는 더 높아진다. 수비수 박주호(27·마인츠)는 금메달을 못 땄다면 내년 여름 유럽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와 경찰축구단에 입대해야 했다. 그의 나이를 봤을 때 2년 간 군 복무를 한 뒤 다시 유럽으로 재진출하기는 불가능하다. 박주호는 병역면제로 마인츠와 계약이 자동 연장됐고 앞으로 4~5년 더 유럽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얻게 될 이득은 더 크다. 김진수(22·호펜하임)는 유럽에서 롱 런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윤일록(22·서울)처럼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병역 걸림돌이 없어진만큼 한결 수월하게 유럽 무대를 노크할 수 있다.

그러나 병역혜택이 단순히 선수 개인의 영광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축구 발전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

박지성과 이영표(왼쪽부터)도 병역혜택이 있었기에 레전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IS포토
박지성과 이영표(왼쪽부터)도 병역혜택이 있었기에 레전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IS포토


과거 박지성(33)이나 이영표(37)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도 병역혜택이 있었기에 한국축구의 레전드가 될 수 있었다. 두 선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병역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나란히 유럽 무대에서 진출해 전성기를 꽃 피웠다. 오랜 기간 유럽 무대를 누비며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대표팀의 기둥으로 각종 국제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들은 병역혜택 후에도 소속 팀에서나 대표팀에서 언제나 모범적으로 선수생활을 했고 그라운드에서는 늘 열정과 투혼을 보여줬다.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런던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을 무더기로 해결한 선수들도 박지성이나 이영표처럼 더 강한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병역혜택이 단순히 선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요즘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프로리그는 막강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거액에 선수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 국가대표 경력이 있으면 플러스 알파가 붙어 연봉이 껑충 뛴다. 물론 프로선수가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병역에서 자유로워진 틈을 타 거액만을 좇아 중동으로 무차별 진출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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