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출신 가수들을 보는 일부 시각이 있다. 실력에 비해 음악성이 과대 포장됐다는 점. 실력에 비해 '팬덤'을 쉽게 얻는 다는 점. 순식간에 스타가 돼,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다.
Mnet '슈퍼스타K 4' 우승자 로이킴(김상우·21)도 이런 오해 혹은 합리적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데뷔곡인 '봄봄봄'의 표절 시비가 그랬다. 차트 1위를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남은 건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모두 내 편, 내 팬일 거 같았지만, 표절 논란 뒤는 달랐다. '오디션 출신이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과 함께, 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짧게 빛난 영광 뒤라 상처는 더욱 깊게 패였다.
정규 1집 활동이 끝난 뒤, 로이킴은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예정된 출국이었지만, 힐링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2집 '홈'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월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 이후, 10개월여 만에 만난 로이킴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자신의 노래에 대한 재평가를 바라면서도, 1등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지난 활동의 교훈인지, 아픔인지 노래를 설명하면서는 집중하고 또 조심했다. 8일 공개된 2집 타이틀곡 '홈'은 '봄봄봄'이나 '러브러브러브' 만큼 반응이 뜨겁진 않다. 하지만 깊어진 노래만큼, 진지한 음악적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로이킴의 새로운 시작으로는 적절하고, 적당한 출발점이 될 듯하다.
-이번 앨범에는 어떤 의도를 담았나요.
"1집은 설레고 풋풋한 느낌이죠. 첫 사랑의 어린 감성을 담고 싶었어요. 2집에서는 마냥 '사랑해라, 행복해라'가 아니라,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의 마음에 더 집중했어요. 1집을 하고 나서 깨달았는데, '행복하세요'라는 말 전에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헤아리는 과정이 빠졌던 거 같았어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그런 음악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보이는데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집보다는 무겁고 진중한 음악으로요. 1집이 좀 서둘러 나왔다면, 2집은 생각하는 시간, 편집하는 시간, 이런 것들이 충분했다고 생각할 만큼 준비했어요. 특히 사운드적인 부분은 뿌듯하고 만족하는 상태입니다. 제가 그렇다는 얘기고, 역시 평가는 들어주는 분들의 몫이겠죠."
-이번 앨범에 로이킴의 최근 감성이 담겼다고 보면 될까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분은 간과하고, 위로 보단 내 어려움만 강조하고 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요. 그런 생각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주제는 위로 또는 아픔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제작자라면, 한 번 정도는 안전하게 지난 앨범 색깔을 고수했을 거 같은데요.
"지난번엔 분명히 일부러 해 맑은 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번엔 일부러 뭘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차곡차곡 써놓은 곡들 중에 취합을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잘 돼야한다는 마음도 최대한 버렸고요."
-지난 앨범에 대한 평가와, 논란 때문에 이런 색깔의 음악들이 나온 건 아닐까요.
"지난 앨범 때문에 제가 아팠다고는 하고 싶지 않아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그 일들이 일어난 의미나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 거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여유가 없었는데, 미국에서 1년간 공부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래 가수들에 비해 조숙하다는 평가도 받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낼 때가 많았어요. 어릴 때 혼자 있어서 그런지, 조숙하다는 말도 듣긴 하죠. 워낙 좋아한 뮤지션이 고 김광석, 김현식 선배님이기도 하고요."
-로이킴이라는 이름은 계속 사용할 생각인가요.
"원래 '슈스케' 지원을 본명인 김상우로 했어요. 근데 제작진은 유튜브에서 절 처음봤고, 그 땐 로이킴으로 영상을 올렸거든요. 그래서 '슈스케' 현장에서도 '로이, 로이'라고 불렸고 결국엔 로이킴이 된거예요. 웃기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로이킴'이라는 이름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전 어색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