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의 컴백'과 '국보의 사퇴'가 야구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야구에 '여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됐다.
지난 25일 한 사령탑은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또 다른 감독은 강한 팬심에 힘입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선동열 KIA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을 두고 하는 얘기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19일 KIA와 2년 10억 6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앞선 3년 동안 KIA의 지휘봉을 잡고 5-8-8의 순위를 기록했지만, 구단에서는 선 감독에게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선 감독도 "팀을 잘 만들어 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팬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계속된 팀의 부진으로 변화를 통한 혁신을 기대했던 KIA 팬들은 선동열 감독의 유임에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선 감독이 뒤늦게 나서 팬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는 '선동열 감독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열렸고, KIA의 한 팬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본사 앞에서 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결정적으로 선 감독이 선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선 감독은 결국 재계약 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 홀로 생각에 잠긴 김성근 감독.
IS포토
반대로 김성근 감독은 팬심에 힘입어 한화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응용 감독 후임으로 내부 승격이 유력했던 한화는 팬심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한화 팬들은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팀 재건의 적격자로 김성근을 지목했다. 한화 팬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김성근 감독 청원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유포했고, 이는 유투브에서 11만뷰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화 본사 앞에서 김성근 감독 영입을 추진하라는 1인 시위와 아고라 청원까지 실시했다. 여론을 의식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계약을 최종 검토했고, 3년간 20억이라는 조건으로 야신을 품었다.
프로야구는 4년 연속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속적인 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팬심이란 프로야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전과 비교해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팬들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움직인다. 구단의 운영 방침과 감독의 자리까지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기게 됐다. 김지선 문화 평론가는 "흥행이 되지 않는 프로 스포츠는 경쟁력이 없다. 흥행은 팬심과 직결된다. 프로야구가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강한 팬심 덕분이다. 때문에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 구단은 살아남기가 힘들다. 프로 스포츠도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독자적인 시장 구축은 힘들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그것을 구단 운영 방침에 적절히 접목시킬 줄 알아야한다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