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의 사퇴'와 '야신의 컴백'은 야구판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 프로야구에서 '여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
지난 25일 한 사령탑은 여론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또 다른 감독은 강한 '팬심'에 힘입어 지휘봉을 잡았다. 선동열(51) KIA 감독과 김성근(72) 한화 감독이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19일 KIA와 재계약했다. 앞선 3년간 5-8-8위에 그쳤으나 구단은 선 감독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부여했다. 선 감독도 "팀을 잘 만들어 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팬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변화를 통한 혁신을 기대했던 KIA 팬들은 선 감독의 유임에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는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열렸고, KIA의 한 팬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본사 앞에서 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선 감독은 결국 재계약 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반대로 김성근 감독의 프로 복귀에는 팬심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화 팬들은 2년 연속 꼴찌에 머문 팀 재건의 적임자로 김성근을 지목했다. 이들은 김성근 감독 청원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유포했고, 이는 11만뷰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김성근 감독 영입을 추진하라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아고라 청원도 실시했다. 여론을 의식한 한화는 결국 3년간 총액 20억원이라는 조건으로 '야신'을 품었다.
과거와 비교해 요즘 팬들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움직인다. 구단의 운영 방침과 감독의 자리까지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겼다는 평가다. 김지선 문화평론가는 "흥행이 되지 않는 프로 스포츠는 경쟁력이 없다. 흥행은 팬심과 직결된다. 프로야구가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은 강한 팬심 덕분이다. 때문에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 구단은 살아남기 힘들다. 프로 스포츠도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독자적인 시장 구축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그것을 구단 운영 방침에 적절히 접목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