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매장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속 전지현의 투명 메이크업을 따라하려는 중국 여성들로 문전상시다. 한류 열풍이 연예인을 넘어서 화장품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화장품 한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상하이의 한국 화장품 매장을 직접 찾았다.
“크리스탈, 설리 화장품 주세요”
이날 오후 7시 중국 8호점이자 첫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에뛰드 매장. 평일 저녁임에도 매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핑크빛 공주풍 인테리어가 중국 아가씨들의 발길을 잡았다. 메이크업 비기너(초보자)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답게 20대 여성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각각의 제품을 테스트해보는 손길이 분주했다.
메인 모델인 f(x) 크리스탈과 설리가 광고하는 제품 앞은 더욱 붐볐다. 설리가 광고한 립 제품은 '설리 틴트(색조 화장품)'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크리스탈이 드라마에서 사용한 립스틱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류 스타 이름이 붙은 제품은 다른 매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한 달 매출이 평균 40위안(약 6900만원)이라는 상하이 팍슨 백화점 라네즈 매장에서 최근 가장 많이 팔린 제품도 전지현의 'LED' 립스틱이었다.
투명한 메이크업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현지 소비자 리찐륑 씨는 "다른 제품에 비해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들어 아시아 여성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네즈 매장 사원 주롱 씨도 "한국 화장품은 미국·유럽 화장품과 달리 동양인에게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기에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 여성들만을 위한 '특화 제품'을 내놓았다. 오염된 외부 환경에 민감한 중국 여성들의 심리를 반영해 오염 물질 속 중금속 성분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이니스프리 도시정화 라인’과 건강과 안전에 관심이 많은 중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만든 먹는 화장품 ‘라네즈 콜라겐 드링크’가 대표적이다. 특히 라네즈 콜라겐 드링크는 지난 6월 론칭 후 월 판매량 1만개를 웃돌며 중국 내 '이너 뷰티'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의 에뛰드 매장에서 현지 여성 소비자들이 제품을 테스트 하고 있다. 이소은 기자
반짝 인기? 품질이 한류 근원
일부에서는 '화장품 한류'가 스타 마케팅 덕분에 일시적으로 일고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사그라드는 순간, 한국 화장품 역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서 회장은 최근 상하이에 1300억원을 투자, 생산·연구·물류 복합시설인 '뷰티사업장'을 준공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 회장은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 22년 간 중국 사업을 해왔는데, 한류는 최근 들어서의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류 열풍이 1차 구매를 이끌 수는 있지만 재방문·재구매율을 높일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매장의 서비스 수준과 상품의 혁신성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