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이 8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 수록곡 '나영이네 냉장고'에 등장하는 가사다. 데뷔 44년차의 가수가 들려주는 노래에는 '엄마의 목소리'같은 따듯함이 있었다. 양희은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IFC몰 엠펍에서 새 앨범 '2014양희은'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데뷔 첫 쇼케이스라는 양희은은 베테랑 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는 "가수를 한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무대 공포가 있다"며 "사실 무대에 오르면 페이스를 찾는데 50분 정도 걸리고 그 전에는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이어 "같은 시간에 아이돌 갓세븐의 쇼케이스가 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양희은은 최근 예능 방송에서 활약했지만 그의 뿌리는 여전히 무대에 있다. 그의 데뷔곡 '아침이슬'은 대한민국 가요사에 한 획을 그으며 44년이 지나도록 사랑받고 있다. 중·장년층에겐 '방송인 양희은'이 아닌 '가수 양희은'이 익숙하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래를 모르는것이 오랜만에 앨범을 내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가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것은 노래를 통해서 뿐이다. 그런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나를 '웃긴데 노래 좀 하는 아줌마'로 알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젊은 PD들은 취재를 나와도 나의 7~80년대 노래를 알지 못했다"며 "나도 이제 가수로서 다시 기지개를 좀 켜고 마무리 하는 의미도 담아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앨범 '2014 양희은'은 지난 2006년 35주년 기념앨범 이후 8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김시스터즈의 '김치깍두기'를 리메이크한 곡을 제외한 11곡이 모두 신곡으로 구성됐다. 특이한점은 아직 타이틀곡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희은은 "모든 곡에 애착이 있어서 정하기 어렵다"며 앨범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1년간의 녹음 작업을 거친 이번 앨범은 '대세'나 유행을 의식하지 않고 양희은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와 감성에 집중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편안하고 인간적인, 늘 푸르고 싱그러운 노래들"이라며 호평하기도 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양희은을 위해 지인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양희은은 수록곡 '나영이네 냉장고'에 대해 "가사를 김나영 씨 책에서 발췌했다"며 "'마음에 들어'라는 책에서 '아침에 이걸 먹고 싶은데 자기 냉장고는 가난하다'라는 내용이 있어 책을 읽다가 한달음에 가사를 썼다. 그리고 오전 1시에 나영이에게 연락해서 허락을 받았다. 이 곡은 김나영·양희은 공동작사다"라고 밝혔다. 양희은은 덧붙여 "송은이씨가 이곡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고 김나영과 김숙씨는 소품 담당에 출연까지 해줬다. 김숙과 김준호는 키스신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희은 동생이자 배우 양희경은 "(뮤직비디오가) 너무 웃겨서 볼 수가 없었다"라며 "언니의 변신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의 모습 중 가장 좋았다"고 호평했다. 양희은은 후배 가수 장미여관의 육중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을 작사·작곡한 육중완에 대해 "사람들은 외모에 참 많이 속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육중완의 눈빛을 보면 굉장히 해맑은 사람이다. 곡을 본인이 직접 기타를 쳐서 녹음 해 왔는데 너무 좋더라"고 덧붙였다.
양희은은 이번 정규 음반 발표 전 또 하나의 새로운 싱글 음반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몇 년 만에 한 번씩 하는 음반발표가 아닌 지속적으로 가수로써의 활동을 꾀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뜻밖의 만남'이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윤종신과 '배낭여행', 이적과 '꽃병'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