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훈 “LG와 두산,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팀”



'야생마'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이상훈(43) 신임 두산 2군 투수코치는 두산 선수들을 처음 만난 소감을 묻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유니폼 입은 사람을 만났는데 뭐 특별한 게 있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위한 마음은 더 진해졌다. 그는 "보이지 않는 데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죽어라 하겠다"고 새 출발의 각오를 전했다.

현역 시절 LG의 스타였던 이 코치는 '잠실 라이벌'인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코치로 첫 발을 내디뎠다. 2011년 11월부터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코치는 11월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두산 팬들 앞에 처음 섰다. 그는 이날 선수단과도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라이벌 팀'에서 프로 코치 데뷔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 인터뷰에서 다 말한 내용이다"며 특별한 언급을 피했지만 "LG와 두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팀이다"고 말했다.


- 두산 선수들을 만났는데 어떤가.

"유니폼 입은 사람이 유니폼 입은 사람을 만났는데 특별한 게 있나. 팀이 바뀐 거고 그 팀의 색깔이 있을 거라고 본다. 일단 두산에 처음 들어왔으니까 뭘 해야 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 두산에 왼손 투수가 많이 늘어났다.

"투수는 전문성도 있겠지만, 오른손이든 밑으로 던지든 스리쿼터로 던지든 상관 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내가 이야기해주고 싶거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습 때 아무리 잘 던져도 경기 때 못던지면 투수가 아니지 않나. 2군에 있으면서 경기 때 던지는 걸 계속 봐야 하고, 심리 상태나 개인사나 여자친구와의 문제라든지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선수시절 '멘탈이 강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을 전수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수는 기계가 하는 거다. 우린 인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본다. 그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교류가 되면서 때론 말이 필요 없는 선수가 있고, 붙잡아놓고 시키는 선수가 있어야 하고. 때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결국 정의가 없다. 선수들이 쌓아나가는 과정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김태형 신임 두산 감독이 투수코치를 맡아달라고 전화를 했다고 들었다.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님이 전화가 와서 LG와 상황을 먼저 물어보셨다. 연락이 온 게 있느냐고 해서 '없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우리랑 같이 할 생각이 있느냐'고 하시더라. 그 다음에 김태룡 단장님이 전화하셔서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전화를 하실 줄은 몰랐다. (감독) 계약을 하시고 3일 뒤에 전화하셨다. 감개무량할 뿐이다. 감독님께서 '2군의 어린 선수들을 책임지고, 맡아달라'고 하셨는데 '예, 알겠습니다. 뭔들 못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수장의 어떤 지시도 따라야 된다고 알고 있으니까."


- 두산 2군 선수 중 눈여겨 본 선수가 있나.

"눈여겨 봐도 내 선수들이 아니었으니까. 고양에선 최대 27명에서 최소 18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었다. 내 품 안에 있는 선수들을 많이 지켜봤다. 내 울타리에 있는 선수들과 잘 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팀은 굳이 눈여겨 볼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나.

"선수 때부터 지금까지 '오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코치가 되겠다'는 건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 있는 곳에서 변하면서 그 자리에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고, 그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거라고 본다. 내가 어떤 임무를 맡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코치가 되는 건 지금 말할 수 있는 단계조차 되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누군가 판단을 했을 때 그게 가장 정확하다고 본다.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나에 대한 의견이 생기지 않겠나."




- 고양 원더스에서 지도자로서 김성근 한화 감독과 함께 했었는데.

"(김성근 감독님께) 직접 말씀드린 적도 있는데 '아무 말씀 없이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고 말씀 하신 적은 단 몇 번뿐이었다. 2년간 감독과 코치로 있었을 때 참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시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해주셨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라. 예를 들어 김성근 감독님 스타일상 선발 투수가 당일날 정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 준비돼 있어야 했다. 경기 중에도 '누구누구 준비해라. 몇 회에 누구를 준비시켜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누구 준비 돼있어?'라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감독님 마음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다 보고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배운 게 많다."


- 밖에서 볼 때 두산은 어떤 팀이었나.

"LG와 두산은 야구를 할 때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환경이 정말 좋다. 나고야의 돔, 도쿄돔, 보스턴 레스삭스 구장 등 원정도 다니면서 다녀보지만 일단 첫 번째는 내가 한국사람이라 한국이 좋다. 그리고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기분이 굉장히 상쾌하다. 굉장히 좋은 입장에서 야구를 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프로 입단 당시) 두산의 전신인 OB와 LG가 주사위 굴리기를 해서, 운명이 아니었던지라. 그런데 사실은 주사위 굴리기를 하기 전 학교 때 인연은 OB와 더 많았다. 창원에서 하는 캠프도 고등학교 때 참가를 해본 적이 있고. OB가 잠실에서 경기를 하는 날 예전에는 라커가 없어서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운동을 하고 잠실서 경기를 했다. 그때 OB가 서울고에 와서 연습을 하고 갔다. 그때 스타플레이어들을 보고, 연습하고 양말 갈아신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우리는 양말을 한 번 신으면 밴드가 늘어날 때까지 계속 신는데 프로들은 갈아신으니 '와' 싶었다. 그 뒤로 프로선수가 되면서 어떤 걸 많이 느꼈냐면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등 오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두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게 자율적인 군대 분위기 같은 게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선수와 선수의 관계도 그렇다. 자율적인 엄격한 분위기가 있다."


- 김태형 감독과는 현역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나.

"내가 20승을 했던 해에 감독님이 내 볼을 홈런 친 적이 있다. 그 때 아마 내가 완투를 하고 2-1로 이겼던 것 같은데, 그 홈런 때문에 살이 떨렸다. 9회 1점 차에 올라가서 던지는데. (감독님은) 상대팀에서 봤을 때 굉장히 영리하고 센스가 있고, 순간 판단력도 빠르고 리드도 잘했던 선수였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joongang.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정보
AD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지금 뜨고 있는뉴스
오피니언
행사&비즈니스
HotPho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