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의 신' 최성원(37·부산시체육회·세계랭킹 3위)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체조장에서 열린 세계3쿠션 당구선수권대회서 최강자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세계랭킹 1위)에 40-37 역전승을 거뒀다. 최성원은 이로써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1928년 처음 열린 세계선수권은 축구의 월드컵과 비교되는 당구 선수들에겐 최고 권위의 대회다.
최성원은 "이렇게 큰 대회서 우승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하늘을 날 것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그는 2010년 11월 세계대회서 3위에 오른 데 이어 2012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타고 우승에 재도전하려던 그는 뜻하지 않은 부상을 만났다. 2012년 장시간 당구 연습으로 어깨에 무리가 와 수술까지 하게 된 것이다.
"힘들었습니다. 수술 후엔 재활도 6개월 이상해야 하고 경기 감각도 회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최성원은 이후 2년간 깊은 부진에 빠졌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입상에 실패했다. 그래도 초조해 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그는 2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최성원은 "세 번째 도전을 하는 입장에서 이번에 우승을 놓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홉 살이 되던 해 처음 큐를 잡았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이었다. 친구들보다 실력이 빨리 는 그는 고2 무렵 4구를 500점 쳤다. 최성원은 "그 시절엔 당구장을 다니면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당구가 좋았다"고 기억했다. 재능을 살려 2002년엔 프로에 입문했다.
그는 "당구를 가장 잘 아는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지만 아들이 TV에 출연하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은 '열심히 한 번 잘 해봐라'며 밀어주신다"고 웃었다. 최성원은 오는 13일 이집트 당구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한국인 선수 첫 국제당구연맹(UMB)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그는 "내 당구의 진짜 목표는 세계 1위"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