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뉴엘 토로도(22·카메룬)와 알리우 디알로(26·세네갈). 코리언 사커드림을 꿈꾸는 두 아프리카 청년은 당찬 각오가 끝나기가 무섭게 꽁꽁 얼어붙은 발을 두 손으로 녹이며 소리쳤다. "발에 감각이 없어요. 한국이 이렇게 추운 나라였나요?"
이들은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3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신생팀 서울 이랜드FC의 공개테스트 'The Offer 2015'에 참가했다. 이번 테스트는 총 546명의 지원자 중 서류 전형을 통과한 140여 명(16조)이 참여해 3~4일 9대9 하프코트 경기를 통해 다시 44명으로 추려진다. 최후의 44인은 다시 4팀으로 꾸려져 테스트 마지막 날인 5일 11대11 경기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그라운드 곳곳엔 밤새 내린 눈이 남아 불규칙 바운드가 속출했다. 게다가 오전 11시께를 지나면서 다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해 참가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출신 참가자들에겐 고역이었다. 라커룸에서 만난 토로도는 추위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는 태국 2부 리그 글로블렉스(2010~2011년)와 카메룬 프로리그 어센틱FC(2012~2013년)를 거쳐 작년에 잠시 축구화를 벗었다. 방콕에서 다수의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오르는 모델로 활동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돌연 한국 땅을 밟았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인 박지성의 나라에서 축구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다. 서울 이태원에서 자취를 한다는 그는 지난 몇 달 간은 지상파 TV프로그램의 재연 배우로 활동하며 때를 기다렸다.
디알로는 세네갈 프로리그 USO(2007~2008년)과 BA쉐맘(2009~2013년)에서 뛰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는 그는 고향에서 축구를 관뒀다. 반년 전 '영웅'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런 준비없이 한국 땅을 밟았기 때문에 지난 반년간 돈벌이도 없었다. 디알로의 꿈이 그 누구보다 절실한 이유다. 토로도와 디알로는 "강추위 때문에 제 기량을 다 보이진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현재까진 참가자들 중에선 최고의 기량을 보인 것 같아 자신 있다. 남은 이틀도 잘 해내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