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60) SK 감독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 15년 만에 1군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00년대 말 SK의 영광 재현을 목표로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 1994년 친정팀 롯데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만 39세. 허구연(만 35세·청보 감독) MBC 해설위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감독 기록이다. 이듬해 롯데를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김 감독은 2000년 삼성 지휘봉을 끝으로 1군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은 "당시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또 너무 앞만 보고 내달렸다"고 회상했다. 이후 롯데 2군 감독, 해설위원, SK 2군 감독과 육성 총괄을 거친 뒤 15년 만에 1군 지휘봉을 잡게 됐다.
어느덧 1군 무대에선 노장 감독이 됐다. 구단은 총 174억원을 들여 FA 5명(최정·김강민·조동화·나주환·이재영)을 잡았고, 외국인 악몽을 끊어내기 위해 분주하다. 또 김광현은 국내 무대 잔류를 선택했다. 김용희 감독은 "구단과 선수 모두 지난 2년 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양의 기운을 받아 우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지휘봉 잡은 지 2달
-마무리 훈련의 성과는.
"체력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특히 힐링의 목적이 가장 컸다. 2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선수들의 자존심도 상했고, 분위기도 많이 처져 있었다. 그래서 소통을 많이 했다."
-마무리 훈련에선 야간 훈련 대신 코칭스태프의 강연 릴레이가 이어졌다.
"하나의 팀을 이루기 위해서 같은 목표를 갖고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선수 모두 각개전투 기량은 당연히 갖춰야 한다. 다만 이를 적재적소에 쓰느냐는 감독이 결정하는 부분인 만큼 팀의 가치를 공유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 가깝게 얘기를 많이 하려 노력했다."
-'멘탈이 80%, 기술이 20%다"고 했던데.
"그만큼 정신력을 강조하기 위해 말한 것이다. 오히려 정신력이 100%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 선수라면 평균 이상의 기량은 갖췄다. 이후 싸움은 정신력에서 갈린다. 적어도 1군 선수라면 멘탈이 기술적인 부분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 30대 감독에서 60대 감독으로
-1군 지휘봉을 다시 잡기까지 15년이 걸렸다. 1군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을텐데.
"당연하다. 그런데 감독을 다시 못 맡더라도 야구는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종신지우(終身之憂:내 몸 다할때까지 잊지말아야 할 숙명같은 지도자의 근심)라는 말이 있다.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짊어져야 할 근심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감독에서 현역 두 번째 최고령 감독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처음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 많이 느꼈다. 2군 감독과 해설위원을 역임하면서 계속 배우고 경험했다."
-'앞만 보고 달렸다'는 뜻은.
"젊은 나이에 감독을 맡아 아무래도 경험적으로 부족했다. 팀을 만들기 보다는 경기에만 너무 집중했고, 나중에 '이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결국 좋은 선수를 많이 키워야한다고 느끼고 움직였을 때는 너무 늦었더라. 또 지금과는 달리 구단 지원과 주변 환경, 인프라, 인식 등이 많이 떨어졌다."
-당시 메이저리그 야구를 도입하는 등 앞선 시각을 갖췄다는 평가도 많았는데.
"그때 생각은 많았는데 너무 돈키호테 같았다고 할까? 시스템 야구 혹은 매뉴얼을 갖춘 야구를 하는 게 필요하다. 한 사람에 의해서 시스템이 바뀌는 건 비능률적이다. 당시에는 이런 야구를 구현하는데 내 능력도 부족하고 주변 환경도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준비됐고, 구단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얘기도 있던데.
"전혀 아니다(웃음). 나는 조용한 가운데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리더는 수직적, 수평적 부분을 모두 갖춰야한다고 본다. 너무 수직적이면 굉장히 수동적이고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또 너무 수평적인 것도 문제가 있다."
-2군 감독, 육성 총괄을 맡으면서 지난 2년간 아쉬운 팀 성적을 만회활 복안은.
"선수단 내부 신뢰와 소통이 필요하다. 감독의 판단 실수로 길을 돌아갈 수 있지만 일심동체가 돼서 전진하는게 중요하다. 기본 역량과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므로 내가 잘 아우른다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 2015 시즌 "큰일 저질러야지"
-김광현이 잔류했다.
"팀 부피가 커진 것 같다. 당연히 해외무대에 진출한다고 봤다. 김광현은 투수진의 중심이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이 더 좋을 수 있지만 한 집안에 가장이 필요하듯 마운드 역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어야한다. 우리팀에선 김광현이다. 김광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김광현이 없었다면 굉장히 어려운 시즌이 예상됐다."
-구단은 FA 5명을 모두 잡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도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최근 2년간 가을야구 진출 실패한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외부 영입이 아닌 우리 선수들로 다시 영광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올 시즌 전력 구상은.
"감독은 내일 개막전이 열리더라도 스타팅 라인업을 짤 때 까지 고민한다(웃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있지만 스프링캠프 등을 통해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경쟁을 유도하고 지켜볼 계획이다."
-5선발은.
"백인식과 여건욱, 문광은, 고효준 중 1명을 생각하고 있다. 경기 수도 늘어나는 만큼 6선발도 생각하고 있다. 승부는 8월 이후라고 본다. 6선발 체제가 된다면 시즌 후반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때 승부를 걸어 치고 올라갈 계획도 있다. 또 선발 경쟁력을 갖춘 수들이 계투진에 가는 것도 낭비이지 않나."
-마무리는 누가 맡나.
"기본적으로 윤길현·정우람·박희수 3명으로 7회부터 9회까지 책임질 계획이다. 그런데 박희수는 시즌 개막 때 합류하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무리하기 보다는 몸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줄 계획이다. 군 제대한 정우람은 2년 동안 감각이 떨어져 있다. 조금 편하게 경기에 임하면서 안정감을 찾을 때 마무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초반에는 윤길현이 나설 것이다."
-아직 외국인 타자 영입이 완료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수비 가능한 선수를 대상으로 2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찾아보고 있다. 지난해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고전했다. 팀에 녹아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기량과 정신력을 모두 고려해 절대 서두르지 않고 확실하게 뽑을 생각이다."
-올 시즌 키플레어를 꼽는다면.
"일단은 외국인 선수 3명의 활약이 중요하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선수 덕을 제대로 못 봤다. 국내 선수 중에선 우람이가 좀 더 빨리 경기 감각을 찾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타선에선 박정권이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4번타자 후보이고, 또 해줘야 한다.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한다. 정권이가 해줘야 타선 전체가 올라갈 수 있다.
-시즌 판도는.
"우리팀을 제외하고는 삼성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FA를 많이 영입한 한화도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또 기량이 올라올 유망주들도 많다. 지난해보다는 팀 전력의 격차가 많이 줄어서 매 경기가 중요할 것이다. 그래도 한 번 붙어봐야지."
-2015시즌 도전장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구단 및 선수들의 자존심도 중요하다. 특히 팬들에게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싶다.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는 시즌을 만들겠다. 여기에는 성적과 경기 내용이 모두 포함돼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정말 큰 일을 저질러야지. 대박을 터뜨려야지."
-공교롭게 1955년 양띠다. 올해 양의해에 기운이 남다른가.
"그랬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주위에서 기운도 많이 받고 있다. FA를 모두 잡아준 프런트의 기운과 팬들의 기운까지 받겠다. 여기(감독실)에다 멋진 사진을 하나 걸어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