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는 3일 스페인으로 출국한다. 생일(1월 6일)만 지나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출전 정지 징계에서 풀린다. 유스 프로그램의 최상위 단계인 후베닐A와 프로팀인 바르셀로나B를 오가며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간스포츠는 12월 28일 서울 강남의 피트니스 센터 '잇짐(it gym)'에서 이승우와 신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실전 투입을 앞둔 각오를 단 한 마디로 정리했다.
"칼을 갈고 있다."
2011년 2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해 거칠 것 없이 성장하던 이승우는 2013년 2월 큰 시련을 맞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들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승우 등 외국 출신 유스 선수들의 공식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작년 9월부터는 훈련 참가는 물론 클럽하우스에 머물지도 못하도록 했다.
처음에 이승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카타르로 경기하러 가기 직전에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징계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경기를 뛸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선수에게 출전 정지는 치명타다.
징계를 받기 전 이승우와 호흡이 잘 맞았던 미드필더 카를로스 알레냐(스페인)는 이미 바르셀로나B를 오가며 뛰고 있다.
이승우는 "알레냐는 원래 저보다는 조금 못했는데"라고 웃으며 "알레냐가 빨리 프로로 올라오라고 한다.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작년 10월 칠레 17세 이하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에서 줄곧 머무른 이승우는 실전 복귀를 위해 그 동안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 작년 10월, U-17 칠레 월드컵 기니와의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승우 선수, 사진출처 = KFA ]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에도 "그냥 훈련했다. 다른 날과 똑같았다"고 답했다. 오랜 공백 탓에 경기 감각을 찾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 그 때면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누구보다 절박하게 징계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친구들과 함께 뛰고 승리하는 기분을 빨리 느끼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국내 팬들은 이승우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바르셀로나A에서 프로에 데뷔해 리오넬 메시(28)와 함께 뛰는 짜릿한 상상을 한다. 이승우도 머릿 속으로 같은 꿈을 꾼다.
그는 "처음에 스페인에 갔을 때는 메시와 한 팀에서 뛴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이제는 조금씩 꿈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
[ 누캄프에서 이승우가 메시와 플레이를 한다? FC바르셀로나 공격수 메시, 비야(현 뉴욕시티FC) 와 사진을 찍은 이승우 선수 ]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 클럽의 애칭)에서 1군까지 올라갈 확률은 정말 정말 낮다. 또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거기서 살아남는 건 더 어렵다. 빨리 올라갔다가 금방 떨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거기서 계속 톱클래스의 기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때 그는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을 목표로 했다. 한국 A매치 최연소 기록은 김판근의 17세 241일이라 이승우는 그 나이를 이미 넘었다.
그는 지금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모두 지웠다. "오직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하나의 관심은 이승우의 재계약과 이적 여부다.
그는 2014년 초 바르셀로나와 5년 재계약을 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바르셀로나는 그의 연봉과 바이아웃을 높여 재계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른 클럽들이 이승우를 데려가기 힘들도록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 이승우 선수의 트레이닝 모습 ] 반면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의 빅 클럽들은 꾸준히 이승우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여전히 영입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그는 "바르셀로나에 남는다"고 단언했다.
"돈만 보면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돈보다 축구다. 바르셀로나에서 프로에 데뷔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뛰는 게 여전히 꿈이다. 또 여기서 더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