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지난 10월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다크호스' 흥국생명의 중심에는 이재영(19)이 있다. 2014~15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재영은 2년 차인 이번 시즌 기량과 멘틀적인 측면에서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국생명은 30일 현재 10승6패(승점 2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영은 1라운드 MVP를 수상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12월 3라운드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다행히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고, 짧은 재활로 복귀했다. 연말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이재영을 만났다. 그녀는 평소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배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리시브는 내 운명
- 다친 발목 상태는 어떤가.
"지금 상태는 좋다. 부상을 당할 때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스파이크를 때리기 위해 스텝을 밟는데, 두 번째 스텝을 할 때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발목이 돌아갔다. 코트에 쓰러지면서 '큰일이다.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발목이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데굴데굴 굴러다녔더라(웃음)."
- 다행히 인대 손상에 그쳤다.
"코트를 나올 때 발을 딛지 못해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인대 파열은 피했다. 인대가 늘어나 1~2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이 심했는데, 코치·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밤새 얼음 찜질을 해주셨다.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고 간호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 그 동안 많은 부상을 당했다. 왼발목·발등 안 아픈 곳이 없다."
- 지난 시즌 리시브 때문에 고전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목적타가 없었다. 그러나 프로는 다르더라. 상대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공을 받았다.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사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잘 안된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좌우되는 경향도 있다. 자신감을 갖고 받으려고 노력 중이다. 주예나 언니가 리시브 능력이 좋아서 많이 배우고 있다."
"리시브는 내 운명?(웃음) 지난해 리시브 정확도가 36~37%(36.32%)에 불과했다. 리시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는 50%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 목표는 내가 정했다. 공격성공률도 50%를 넘기고 싶다. " - 지난 시즌 데뷔하자마자 풀타임을 소화했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힘들다기 보다 재미있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가 내 공격을 읽고 준비를 하면서 고전했다. 초반에 반크로스 공격을 선호했는데, 상대에게 읽히면서 각을 더 만들어때렸다. 시즌을 치르면서 대처법을 터득했다고 할까. 작년에는 나를 중심으로 경기에 임했다면 이번 시즌 팀을 위해 뛰고 있다. 공격이 안되는 날에는 수비에 집중한다."
# 핑크가 좋아, 흥국이 좋아
- 팀에 대한 애정이 많아보인다. "고교 시절 흥국생명에서 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고교 3학년이 되면서 흥국생명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분홍색을 좋아하는데, 흥국생명의 유니폼이 딱 분홍색이었다. 눈에 확 들어왔다. 솔직히 선수들 사이에서 '이런 팀은 어떻다', '저런 팀은 이렇다'라는 소문이 많이 돈다. 흥국생명에 대한 소문은 좋았다. 참.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다. 운동복과 일상복이 많이 나온다(웃음)."
[ 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이재영 선수, 사진 오른쪽 위에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 - 고교 시절 우승을 많이 했는데.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했다.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와 붙으면 '실업과 고등학교 팀이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팀(선명여고) 선수들의 키가 전반적으로 컸다. 멤버도 좋아서 나 없이 우승을 한 적도 많다."
- 집에 트로피가 많을 것 같다.
"놀라지 마시라. 트로피는 한 개 뿐이다. 종별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혀서 받은 게 유일하다.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상을 받았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 수상경력이 필요하니까. 감독님께서도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번 시즌은 반드시 봄배구를 하고 싶다. 우승을 차지해서 우승 티셔츠를 모자를 던지고 싶다. 연습도 해봤는데, 잘 던졌다(웃음)."
-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 있는지.
"일본 리그를 경험해보고 싶다. 뛴다는 것 보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일본 선수들은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잘한다. 수비도 강하다. (은퇴 후 코치 연수를 가는 것 같은데) 현역에서 은퇴하면 코치는 하고 싶지 않다. 집에서 살림을 하고 싶다(웃음)."
[ 이재영 선수가 롤모델로 뽑은 흥국생명 출신 김연경 선수 ] - 흥국생명 출신 김연경이 롤모델이라고 밝혔는데. "김연경 선배님과 작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같이 했는데, 너무 좋았다. 운동과 관리 등 전체적인 면을 다 배우고 싶다. 부러운 점이 많다. 키도 크시고. 나는 키가 179cm 정도 되는데, 받아들이고 있다. 키가 크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