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다크호스' 흥국생명의 중심에는 이재영(19)이 있다. 2014~15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재영은 2년 차인 이번 시즌 기량과 멘틀적인 측면에서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국생명은 30일 현재 10승6패(승점 2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영은 1라운드 MVP를 수상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12월 3라운드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다행히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고, 짧은 재활로 복귀했다. 연말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이재영을 만났다. 그녀는 평소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배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심동체 쌍둥이
- 비슷한 시기 공교롭게 쌍둥이 이다영도 발목을 다쳤다.
"뉴스를 통해서 소식을 들었다. 내가 부상을 당한 날 (이)다영이에게 연락이 왔다. 울면서 '괜찮냐'고 묻길래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고 했다. 다영이도 발목을 다쳤는데 쌍둥이라서 그런지 같이 아픈 경험이 가끔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다."
- 각자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1초의 망설임없이) 좋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이제는 좀…(웃음). 고교 시절 내가 공격수를 했고, 다영이가 세터를 봤는데 싸워서 화가 나면 나한테 공을 주지 않았다. 세터가 왕이다. 여느 자매처럼 많이 싸웠다. 그런데 웃긴 건 시합에서도 공을 주지 않더라. 나도 가만히 있었다. 경기를 지고 있으면 어차피 나를 찾았으니까(웃음)."
- 포지션이 달라서 좋은 점이 있나.
"동생 다영이가 고교 시절에는 공격수도 같이 했다. 솔직히 나보다 더 공격력이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영이에게 '세터하지 말고, 공격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 역시 다영이가 공격을 했으면 좋겠다. 때리는 타법이나 요령 등 공격 면에서 많이 알려준다. 다영이는 체공력이 정말 좋다. 부러운 점이다."
- 누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다영이가 더 예쁘다. 다영이는 꾸미고 다니면 예쁘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를 가는데, 한 남자가 다영이에게 번호를 물어봤다고 하더라. 자랑 같은데 인정한다. 나 역시 꾸미는 걸 좋아하는데, 한편으로 귀찮은 건 싫어한다. 화장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다. 옷도 지금처럼 편하게 입는 것이 좋다. 다영이가 그랬는데, 나는 꾸미면 난리난다고(웃음)." [ 미녀 배구자매, 이다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와 이재영 /흥국생명 ]
- 쌍둥이 자매의 프로 성공은 어머니(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희)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데.
"엄마께서 조언을 해주신다. 프로에 데뷔하고 '이동 공격을 많이 해라'고 하셨다. 리시브 할 때 요령도 많이 가르쳐 주셨다. 요즘은 집에 갈 때 배구 이야기를 꺼내면 하지 말라고 한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쉴 때는 배구 이야기를 듣지 않고 푹 쉬고 싶다. 그러면 엄마도 그냥 '알았다'며 말씀하시지 않는다.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늘 감사하다."
#20살 꽃처녀, 나도 여자랍니다
- 높은 인기를 실감하나.
"고교 시절에도 팬들의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에 오니 많이 알려지면서 팬이 더 늘어났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격려의 글을 많이 보내주신다. 올스타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 아름다운 미모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영 선수 ]
-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댓글을 보나.
"보지 않는다. 좋은 글이 없다. 고등학교 때는 기사가 나올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심을 많이 받으니까. 기사 자체를 보지 않는다. 대신 사진을 올리는 SNS를 가끔씩 한다. 물론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체 검열을 많이 한다(웃음)."
- 20살이면 한창 연애에 관심을 가질 나이인데. "겨울이 왔는데 옆구리가 시렵다. 마지막 연애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연애를 했는데, 만나지 못 해 '사이버연애'나 다름없었다. 나는 늘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첫 사랑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3 때까지 좋아한 오빠가 있었는데 만나지를 못했다. 대회에 나가 연습할 때 잠깐 얼굴을 봤을 뿐이다. 휴대전화도 없어서 미니홈피 방명록을 통해 말을 나눴을 뿐이다."
- 이상형을 꼽자면.
"요즘 방영하는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류준열과 박보검 같은 스타일이 좋다. 드라마를 보면 매력적인 것 같다."
[ 사복을 입으면 영락없는 20살 숙녀인 이재영 선수 ] - 앞서 은퇴하면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 2세가 어떻게 생겼을 지 궁금하다. 배구를 시켜보고 싶지만, 생각을 좀 하고 결정할 것 같다. 배구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하고 있어도 더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 된다면 시켜보겠다." - 주량은 얼마나 되나.
"잘 모르는데, 칵테일을 좋아한다. 칵테일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다. 칵테일은 마시고 취한 적이 없다. 맛집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